게임 업계에서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게임’이 주목받는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Impact)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임은 책이나 영화처럼 그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주인공이 돼 문제를 해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소셜 임팩트의 긍정적 효과를 가장 잘 표현할 매체로 꼽힌다.

겜브릿지가 1일 출시하는 소셜 임팩트게임 ‘웬즈데이’ 이미지 / 겜브릿지
겜브릿지가 1일 출시하는 소셜 임팩트게임 ‘웬즈데이’ 이미지 / 겜브릿지
앞서 해외에서는 인도 서벵골 지역의 소녀 인신매매·성착취 문제를 제기한 게임 ‘미싱(2017)’, 1960~1970년대 대만 백색테러를 다룬 공포게임 ‘반교(2017)’, 나치 ‘순종 아리아인 양산 계획’의 비극을 다룬 육성게임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2018)’ 등 다양한 소셜 임팩트 게임이 나왔다.
게이머 필독, 독립운동·일본 위안부 '소셜 임팩트 게임' 페치카·웬즈데이 / 노창호PD
한국에서도 6월 출시된 ‘Mazm 페치카’, 1일 출시된 ‘웬즈데이’ 등 한국의 역사 속 아픔을 담은 소셜 임팩트 게임이 속속 등장한다.

‘순국 100주년’ 최재형 선생 기리는 게임 MazM 페치카, 각종 상 휩쓸어

스토리게임을 만드는 기업 자라나는씨앗은 6월 MazM 페치카를 선보였다. 이 게임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인 최재형 선생의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소셜 임팩트 게임이다. 페치카는 ‘따뜻한 난로’라는 뜻이다. 군납사업으로 부자가 된 후 연해주에 사는 조선인을 도왔던 최재형 선생의 별명이다.

MazM 페치카 소개 영상 / 자라나는씨앗

이용자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러시아 이주민(디아스포라) 청년 표토르(페챠)가 되어 최재형 선생의 발자취를 따른다. 최재형 선생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 MazM 페치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굿 게임상’,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달의 게임상’, BIC 페스트에서 ‘소셜 임팩트상’ 등을 받기도 했다.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는 "소셜 임팩트 게임 ‘미싱’ 개발을 총괄한 인권운동가 레나 케즈리왈(Leena Kejriwal)이 한국을 찾아 강연한 이후, 한국에서도 게임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것을 고민하게 됐다"며 "영화, 드라마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게임은 너무 상업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탓에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라나는 씨앗의 전략은 ‘길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인 모바일게임을 내면 보통 초기 6개월 안에 많은 매출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소셜 임팩트게임은 인앱 결제 아이템을 많이 포함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5년이 지나도 즐기는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서비스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역사로 만든 게임이지만, 해외 반응도 좋은 편이다"며 "게임에 과거 연해주 지역을 표현하기 위해 복식이나 건물 등을 표현할 때 고증에 신경 썼는데, 러시아 이용자가 이 부분을 칭찬하는 리뷰를 남기기도 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 러시아 이용자가 MazM 페치카를 플레이하고 남긴 소감. 게임 고증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 김효택 대표 페이스북
한 러시아 이용자가 MazM 페치카를 플레이하고 남긴 소감. 게임 고증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 김효택 대표 페이스북
일본군 위안부 성착취 문제 다룬 웬즈데이, 9500만원 모금 성공 후 1일 출시

한국의 역사적 아픔 중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성착취’ 문제를 다룬 게임인 겜브릿지의 ‘웬즈데이’도 1일 출시된다. 게임 제목은 28년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수요 집회, 1991년 8월 14일 수요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린 날에서 의미를 가져왔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 ‘순이’가 과거로 돌아가,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친구를 구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겜브릿지는 웬즈데이 출시 전 개발비를 확보하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목표 금액 3000만원의 세배가 넘는 9500만원쯤이 모였다.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는 게임 제작 배경에 대해 "흔히 게임하면 몬스터를 사냥해 아이템을 얻는 것을 생각하는데, 게임의 본질은 이용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덕에 몰입도와 성취감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더 크다. 이러한 게임의 특성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웬즈데이 텀블벅 모금 페이지 / 텀블벅
웬즈데이 텀블벅 모금 페이지 / 텀블벅
김 대표와 도 대표는 앞으로 소셜 임팩트게임에 대한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영화도 아카데미 상을 받는 영화가 있고, 관객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는 것처럼 게임도 상업적으로 훌륭한 게임에 더해 의미 있고, 심금을 울리는 게임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며 "결국은 게임 업계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뚜렷한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게임도 최선을 다해 만든 뒤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소셜 임팩트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더 세련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더 대중적이면서도 이면에 메시지를 더 많이 담아 이용자가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웬즈데이 소개 영상 / 겜브릿지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