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다. 코로나19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다.

돌이켜보면, 수능날 아침은 괜히 정신없었다. 고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앞에 놓일 시험지에 큰 압박을 느꼈다. 시험 치르는 내내, 답안지를 옮기는 순간까지 혹시나 실수가 있을까 겁이 났다. 원하는 대학교에 못 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은 그 압박감과 불안감이 더할 듯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은 기본이었고 학원 수업도 듣기 어려웠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일평균 400명대를 유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독서실, 도서관, 카페 등은 문을 닫거나 매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마땅히 공부할 수 있는 장소 찾기가 어려웠다.

노량진에서는 임용고시를 앞둔 확진자가 시험을 치지 못 했고, 강남의 한 재수학원에선 확진자가 나와 긴장은 고조됐다. 수능 준비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수험생이 신경 쓸 일은 늘었다.

올해 수능 의미를 반추했으면 한다. 사회 곳곳에서 학생뿐 아니라 모두가 일년에 단 한번 있을 수능을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그 준비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부산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추진하면서도 수능을 염두에 뒀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수능을 위해 고강도 방역에 나섰다. 여기에 정부는 확진자 수능 수험생은 각 병원에서, 자가 격리자는 특별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한 명의 수험생을 위해, 3~4명의 관계자와 감독관이 병원을 찾아간다.

단순히 수능이 성적순으로 대학을 보내기 위한 의례라서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수능은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예비 사회인을 위한 환영 인사이자,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잘 마무리했다는 축하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모두가 나서서 수능을 지지하는 이유다. 비행기가 듣기 평가 시간에 지나가지 않고, 수능 아침 수많은 분이 수험생을 고사장에 늦지 않도록 돕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는 등급과 점수라는 숫자가 수능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다. 주위 사람에게 만족할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해 낙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 막 수능을 마친 예비 사회인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수험생과 학부모님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