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컴투스 게임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 정부로부터 외자판호(허가증)를 받았다. 이날 중국 광전총국이 게임 42개에 외자판호를 발급했는데, 이 중 서머너즈워가 포함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부터 우리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구축을 문제 삼으며 한국 게임에 단 한건도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 방한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도 않았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판호 문제 해결에 대해 "노력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돌연 한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한 것.

컴투스 대표작인 서머너즈워가 외자 판호를 획득한 모습 / 중국 광전총국
컴투스 대표작인 서머너즈워가 외자 판호를 획득한 모습 / 중국 광전총국
컴투스측은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판호를 2016년 말 신청했다. 업계는 이번 판호 발급이 계획 혹은 사전에 나올만한 조짐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돌연’ 발급된 것으로 판단한다. 컴투스측도 별안간 판호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게임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중국의 부당한 판호 제재를 해소하라고 정부가 압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6년 신청한 ‘서머너즈워’ 판호, 2020년 12월에 돌연 발급
업계, 향후 기대감 비치면서도 "중국 시장 예측 어려워, 속단 말아야"
증권가는 판호 발급 이유로 ‘현지 브랜딩’ 꼽는 의견도

11월 25일~11월 27일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한령 철회를 묻는 질문에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한국이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사드 철회를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가 나온다고해서 사전에 연락이 있었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업계에서도 특별한 조짐을 느끼진 못했는데, 갑자기 판호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머너즈워가 판호를 받은 것이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재개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7년 3월 이후로 한국 게임에 판호가 발급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확실히 좋은 소식이다. 향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게임 한 개에 판호가 발급된 것만으로는 상황을 낙관하거나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알다가도 모를 시장이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판호를 다 갖추고도 서비스를 못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갑자기 서머너즈워 판호가 나왔다"며 "워낙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다 보니 심지어는 ‘서머너즈워 게임 그래픽이 미국풍이라 중국 당국이 한국게임이 아닌 줄로 착각하고 판호를 낸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판호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면 좋겠으나, 사례 하나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다른 게임도 판호를 받는지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서머너즈워가 판호 발급을 받은 이유를 ‘현지 브랜딩’ 덕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서머너즈워 e스포츠 대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에서 중국 이용자가 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중국 핵심 이용자를 위해 아시아퍼시픽 지역컵과 별개로 중국 대표 선발전을 개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서머너즈워 세계 e스포츠 대회 SWC2019 우승자 ‘레스트’ 선수의 모습. 이 선수는 중국인이다. / 컴투스
서머너즈워 세계 e스포츠 대회 SWC2019 우승자 ‘레스트’ 선수의 모습. 이 선수는 중국인이다. / 컴투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판호 발급은 국제 정세와 민관 노력의 산물"
꾸준한 판호 발급 위해 중국 압박 필요성 제기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3일 소셜미디어에서 판호 발급에 대해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 등 복합적인 국제 정세’와 ‘한국 민관 공동 노력의 산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게임학회나 콘텐츠문화융합포럼은 꾸준히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외교부,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 답변을 촉구하거나, 코로나19로 중국이 힘든 시기를 보낼때 인도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위 학회장은 중국이 최근 외자·내자를 가리지 않고 과거의 10분의 1수준으로만 판호를 발급하고 있으므로, 각국이 중국 판호를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추가로 판호를 발급받기 위해 꾸준히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경제 보복을 했던 것은 중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정신 위반인데, 한국 정부는 과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판호 제도 자체가 WTO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다"라며 "특히 판호의 수혜를 직접 받는 산업계에서는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말고, 문제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콘텐츠문화융합포럼이 7월 개최한 중국 게임 판호 전망과 방안 모색 토론회 당시 사진 / 오시영 기자
콘텐츠문화융합포럼이 7월 개최한 중국 게임 판호 전망과 방안 모색 토론회 당시 사진 / 오시영 기자
한편, 이번 판호 발급으로 컴투스는 서머너즈워를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2020년초 자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 판호를 발급받지 않은 게임은 서비스할 수 없다고 알리면서, 6월 30일까지 판호를 등록할 것을 촉구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주류인 중국 시장에서는 앱스토어에 대한 감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 덕에 과거에는 판호를 발급받지 않은 게임도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국 진출의 ‘뒷문’으로 통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