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⑪ 공정무역커피는 단순히 직거래로 수입한 커피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0.12.04 06:00

    최근에 열린 커피박람회에서 예년과 달리 유기농커피와 친환경농법재배커피가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여 시음행사를 여는 곳이 눈에 뜨게 늘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커피업계도 커피 재배로 인한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커피 재배 농민의 건강뿐 아니라 소득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유기농 인증마크와 달리 공정무역커피 인증마크는 참여업체마다 서로 달랐다. 왜 업체마다 다른 공정무역커피 인증마크를 붙이는지, 진짜 공정무역커피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공정무역은 저개발 국가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에게 정당한 금액과 공정무역 장려금을 지급하는 무역형태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정무역 가격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시장의 질서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세계커피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비판은 과도한 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커피는 생산국과 소비국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커피는 남·북회귀선 사이의 소위 ‘커피벨트’ 국가에서만 생산된다. ’커피벨트’ 국가는 대부분 저개발 국가이다. 커피가 그 나라 경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도 있다. 그래서 국제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 나라 전체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커피 재배 농민들의 생계가 흔들려 결국 이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커피 농업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잃어 더더욱 국제가격에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떤 해에 커피 생산이 급감하면 커피 소비 시장의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커피는 이제 우리 생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으로 볼 정도로 중요해졌다. 그러므로 커피농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산국뿐만 아니라 소비국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는 ‘국제커피협정(ICA, International Coffee Agreement)’을 체결하여 국제사회가 인위적으로 커피가격에 개입하여 ‘가격 조절’을 하기도 하였지만, ICA 자체가 냉전시대의 정치적인 산물이었기 때문에 오래 유지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생산국 농민들의 삶에 직접 기여하고 커피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공정무역이 대두하게 되었다.

    공정무역은 소규모 농민들에게 상품에 대한 안정적인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고 급격한 상품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 현재 공정무역은 연대한 농민들끼리 민주적으로 체결한 협력단체에 의해 생산된 농산물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공정무역’이란 용어가 사용되면, 해당 상품이 민주적으로 조직된 농민조합이나 장인조합에서 상품이 생산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공정무역은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에서 많은 비율을 생산자에게 직접 돌려줘 저개발국의 생산자들에 대한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보장해 주고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공정무역은 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수익을 챙기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수확 전 신용거래로 이루어진다. 직거래를 통하면 일반적인 시장가격 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되어야 함에도 공정무역은 직거래 방식을 취하는 데에도 시장가격 보다 높은 가격을 정한다는 면만 강조하면서 공정무역을 잘 사는 사람이 거지에게 적선하면서 좋은 일 하였다는 심리적 만족을 얻는 것과 다름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산국 농민을 도와줄 목적으로 통상적인 시장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직거래로 도입하였다고 하여 모두 공정무역이라고 하지 않는다. 공정무역은 단순한 직거래방식의 무역 형태가 아니다. 공정무역은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산기법을 사용하여야 한다. 오늘날 공정무역은 소비자가 구매한 커피를 어느 나라의 어떤 농장의 누가 재배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시스템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환경적으로도 책임 있는 무역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무역 시스템이다. 공정무역으로 인증받기 위한 일반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다.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제품의 인증은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 International, FLO)’가 하고 있다. FLO는 1997년부터 전 세계 통합인증기준을 마련하여 개별 제품별로 공정무역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FLO의 공정무역 인증기준은 매우 까다로우며, 해당 제품의 생산, 제조, 공급, 판매 등의 전 단계를 추적한다. FLO의 인증은 커피나 바나나 등 개별 제품 하나당 각각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FLO와는 다른 공정무역인증 단체로 세계공정무역기구(World Fair Trade Organization, WFTO)가 있는데, WFTO는 개별 제품에 인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무역 10대 원칙을 준수한 조직 자체를 인증하는 것이다.

    WFTO의 공정무역 10대 원칙은 소외된 생산자를 외한 기회 제공, 투명성과 책무성, 공정한 무역 관행, 공정한 가격 지불,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성 평등, 단결의 자유, 올바른 노동조건, 생산자의 역량 강화 지원, 공정무역 홍보, 환경보호이다.

    WFTO는 조직 활동 전체가 빈곤과 불평등 타파를 위한 공정무역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므로 WFTO의 검증을 통과한 멤버는 해당 조직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에 WFTO의 공정무역 마크를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WFTO 인증의 공정무역 제품은 FLO의 기준에 의한 개별 제품에 대한 공정무역인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FLO 마크(좌, 개별 제품마다 인증받아야 함), WFTO마크(우, 해당 멤버의 모든 상품에 사용 가능함)
    공정무역 일반 인증기준에도 있듯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생산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정무역커피 인증을 받기 위해서 전통적인 그늘재배방식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도 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커피를 생산한다.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커피는 일반적인 공정무역커피 가격 보다 높은 가격을 쳐주므로 자연스럽게 농민들은 친환경적으로 커피를 재배한다. 대표적인 친환경재배방식으로 그늘재배방식과 유기농법을 들 수 있다.

    그늘재배방식은 커피나무 사이사이에 키 큰 나무를 심어 하루 종일 커피 열매가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커피 열매의 알맹이가 단단하게 익어 풍미를 더해준다. 또한 바나나 등 키 큰 나무의 과실이나 목재에서 여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키 큰 나무가 새나 곤충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그늘재배방식으로 재배된 커피는 미국의 스미스소니안 철새센터(Smithsonian Migratory Bird Center, SMBC)에서 ‘버드프렌들리(bird-friendly)커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최소 10종류 이상의 그늘나무를 심고 커피 농장에서 40% 이상 그늘나무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등의 공정무역 인증과는 독자적인 인증요건을 갖추어야 인증받을 수 있다.

    ’버드프렌들리’ 인증마크
    2010년경에는 ‘버드프렌들리’인증을 받으면 생산자가격에 킬로그램당 0.1달러 정도의 가격을 추가하여 쳐주었다. 버드프렌들리커피 인증이 실시된 이후 미국의 커피로스팅업체들은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그늘커피와 버드프렌들리커피 인증마크가 붙은 커피를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고,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유기농인증을 별도로 받은 커피는 공정무역커피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을 추가로 받는다. 유기농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2년간 화학비료 사용 금지 등 매우 까다로운 인증요건을 준수하여야 하고 각국의 검증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버드프렌들리커피’ 인증과 유기농 인증을 함께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요즈음에는 공정무역커피와 버드프렌들리커피, 유기농커피는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국 유기농인증마크(좌), 한국 유기농인증마크(우)
    밀접한 인증마크들
    현재 1,664개의 공정무역생산자 조합이 있고 전 세계 75개국 160만명의 생산자와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생산자가 받은 프리미엄만 2,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2017년 전 세계 공정무역 제품 판매량은 약 11조에 달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한해 동안 약 468억원 어치의 공정무역상품을 판매하였다.

    현재 개별 제품에 대한 공정무역인증은 마련한 전 세계 통합인증기준에 따라 FLO가 하고 있지만 인증마크는 국가별 인증기관이 개별적으로 공정무역제품에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트랜스페어 USA(Transfair USA)라는 기관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공정무역제품에 인증마크를 통합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트랜스페어 USA와 같은 통합 인증마크를 발급하는 인증기관이 없다.

    그리하여 아이쿱생협, 아름다운커피, YMCA피스커피 등 여러 개별 단체가 공정무역커피를 수입하여 인증마크도 제각각이다. 커피 박람회에 참가한 여러 업체의 공정무역커피 인증마크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입업체마다 서로 다른 인증마크를 붙이면 소비자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진짜 공정무역커피가 맞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트랜스페어 USA와 같은 통합 인증마크를 발급하는 기관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국내에서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고 있는 용인에 있는 ㈜감성인터내셔널의 로스팅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역시 커피 생산국 노동자들의 삶을 돕기 위해 공정무역커피 수입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장 견학 후 공정무역커피로 만든 커피 한 잔을 먹으면서 내가 마시는 이 커피 한 잔이 생산국 커피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간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하였다.

    ㈜감성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카페톤(TONN)과 커피팩토리(로스팅 공장)
    보통 사람들은 공정무역커피를 일반 커머셜커피 보다는 환경적으로나 건강에 더 좋은 커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공정무역커피 인증을 받기 위해서 친환경적으로 커피를 재배하여야 하고, 친환경 커피는 대부분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친환경적으로 재배되었다는 것이 곧바로 고품질의 커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공정무역커피의 품질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다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공정무역커피도 생산국에서 일반 커피와 동일한 품질 등급 기준에 따라 품질 등급을 매겨 수입유통을 하게 되면 이러한 의문은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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