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개발자 생태계] 경력 부풀리기, 관행으로 봐줘야 할까?

  • 김용욱 Dev2Job CMO
    입력 2020.12.04 08:00

    개발자의 경력 부풀리기는 오래전부터 거론된 이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주제는 모든 개발자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일부에서 개선되지 않은 채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경력 부풀리기가 좋다 나쁘다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과 다른 경력 부풀리기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모든 채용 공고에서는 경력에 대한 허위 사실이 발견되면 징계나 해고를 하겠다고 언급한다. 법원 판결로도 경력 사칭은 그 자체로 신의칙의 중대한 위반이므로 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경력 부풀리기는 개발자들 스스로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개발자가 취업한 개발자 파견 전문 SI업체에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개발자의 경력 부풀리기는 개발자와 하청을 맡은 SI업체 그리고 개발 하청을 주는 원청업체 모두에게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봤다.

    외국계 대기업인 A사의 국내 법인은 자체 개발팀이 없어서 SI업체에 개발을 의뢰한다.

    A사는 데브옵스(DevOps) 구축 및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서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인력들로 20M/M의 견적서를 받았다. M/M이란 통상 Man/Month로 한사람이 한달 간 일을 하는데에 따르는 인건비를 말한다. 거기엔 고급, 중급, 초급의 개발자를 골고루 투입할 수 있겠지만 A사의 담당자는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신입은 필요 없고 중급 이상의 개발자로 요청을 한다. 하지만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초급이고 중급이고 상관없이 개발자 자체를 구하기도 힘들고 그만큼의 중급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하청업체는 A사의 의뢰를 포기해야 할까? 당연히 중급 이상의 인력이 부족하니 초급 개발자를 포함해 작업을 진행하도록 협의하려고 했으나 A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상당수의 하청업체는 필요한 조건의 인원을 당장 투입시킬 수 없으니 초급자에 대한 경력을 부풀려서 프로젝트에 투입시킨다.

    초급 개발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A사에 개발 경력이 있거나 프로젝트를 많이 해본 개발자가 있다면 본인의 실력이 드러나게 될 것이 분명하고 본인의 경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만약에 경력을 부풀린 것을 들키지 않더라도 프로젝트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만큼의 업무를 같이 투입된 다른 팀원이 맡아서 해야 하거나 작업 일정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더구나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A사는 중급 이상의 개발자가 받게 될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원청에서도 그 정도는 알고 눈감아 준다거나 이 업계가 관행처럼 다 그렇게 운영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다들 그렇게 한다고, 그게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이뤄지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럼 다시 시선을 바꿔서 신입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이 컴퓨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취준생이 있다. 아무래도 취업이 되지 않아 예전부터 관심 있던 개발자로 진로를 변경하고 싶다. 국비지원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개월 과정의 개발자 양성 학원에 등록을 하고 마침내 수료증을 받은 후 취업 활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달라진다. 분명히 개발자를 구하는 채용공고가 많아서 취업이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경력이 아니면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경력을 원하는데 초보 개발자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은 개발인력 파견을 주로 하는 하청 SI 업체였다. 수많은 선배 개발자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신입 개발자 시절을 지내왔고 경력을 쌓고 공부를 꾸준히 해 점차 능력 있는 개발자로 자리를 잡아간다고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개발인력 파견 업체에 취업을 하게 된다. 입사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시점에 회사 대표로부터 신규 프로젝트 파견을 할당받는데 이력서에 경력을 추가하라는 요구를 듣게 된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요구에 따라 이력서에 경력 3~5년 정도의 이력을 추가해 원청 업체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파견돼 맡은 업무가 본인의 역량으로 힘겹게나마 해결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경력이 부풀려진 것이 탄로 나서 팀에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개발자가 경력을 부풀리도록 요구한 회사의 뜻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 회사에서 나와서 다시 수십 차례 이력서를 넣고 제대로 된 회사에 입사하는 개발자들도 많다.

    이것을 과연 관례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앞으로도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나아가도 괜찮은 것인지 고민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이력관리 도구가 많이 등장해서 그나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고 있다. 깃허브(Github)나 깃랩(Gitlab), 빗버킷(Bitbucket)을 사용한 개발자들은 이력을 증명하기 위해 예전처럼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하나하나 수기로 이력을 업데이트하지 않더라도 개발 내역을 불러올 수 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나 프로젝트 책임자도 개발자의 깃(Git)주소만 확인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이다. 깃허브, 깃랩, 빗버킷 등 세 종류의 깃 저장소를 모두 통합해 개발 이력과 개발자가 보유한 스킬을 증명해 주는 서비스도 개발자와 기업 모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개발자의 경력 부풀리기가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용욱은 기업과 IT 개발자 Job Matching 전문 서비스 Dev2Job의 CMO로 재직 중이다. 20년간 한국과 일본의 IT 관련 업계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프라이빗 클라우드, 금융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련 컨설팅을 해왔다. 현재는 개발자 채용 전문 서비스인 Dev2Job을 운영하고 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