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치룬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이 응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래 불안감과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기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탱커펀드를 운영하는 임현서 대표도 그 중 한 명이다. 중개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수라고 판단해 시험에 응시했다.

당초 탱커펀드는 2015년 설립한 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7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취급하면서도 원금손실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금융 자동화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으로 변화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큰 분야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임 대표는 "요즘 부동산이 희로애락을 좌우하는 주제가 됐다"며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많이 변화할 텐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부동산, 더 나은 사회’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임현서 탱커펀드 대표 / 탱커펀드
임현서 탱커펀드 대표 / 탱커펀드
700억 이상 대출 취급하던 P2P 스타트업…"AI에서 길 찾았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P2P 사업을 접고 프롭테크로 급선회한 탱커펀드가 선보인 서비스는 ‘집집’이다. B2C 모델이다. 4월 출시한 부동산 추천 서비스 ‘집집’은 AI가 산출한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급매물이나 저렴한 매물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원하는 조건에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거래가 등 시장 동향도 제공한다.

집집은 프롭테크 기업으로 변화하는 탱커펀드의 초기 모델에 불과하다. 탱커펀드는 집집으로 정보 제공부터 중개, 대출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내년 초에는 서울시 2~3개 자치구에서 직접 중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매매 계약을 시작으로 전월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핀테크 경험을 살려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는 "부동산 중개 역량을 가진 플랫폼과 데이터 기술력을 보유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은 각각 존재하지만 그 노하우를 모두 갖춘 곳은 없다"며 "두 가지가 하나의 조직 내에서 어우러져야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탱커펀드가 부동산 시장의 비대면 전환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접 방문 대신 사진이나 영상으로 매물을 보는 경우가 늘었다. 이같은 경험을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보편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임 대표는 "공인중개사 법령을 보면 주택, 아파트 등 유형에 따라 설명해줘야 하는 세부사항이 다 다르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그런 게 있었냐’는 반응을 보인다"며 "실제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의미인데 온라인에선 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B2C는 집집, B2B는 블리츠…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탱커펀드는 B2B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 ‘블리츠’를 개발해 금융권에 공급하고 있다. 블리츠는 이미 금융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블리츠는 30분 가량 걸리던 대출 심사 서비스를 3분으로 단축했다. IBK기업은행 등 10여개 기관에 도입돼 있다. 이 솔루션으로 금융감독원과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금융위크에서 IR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핀테크랩, IBK 핀테크 드림랩 등에도 선정됐다.

임 대표는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 자리잡았다"며 "금융기관 및 핀테크 기업과 협력에 유리할 뿐 아니라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간이다 보니 서울시 등 공공기관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고 했다.

탱커펀드는 비대면 확산에 힘입어 내년부터 성장을 가속한다. 디지털 뉴딜 등 정부의 비대면 중심 정책 기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내년 매매 중개 500건 이상, B2B 솔루션 매출 3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하며 내후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예상한다"며 "매출이나 거래량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해 차별화해 나겠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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