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업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도 트래블 테크 기업을 향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기대가 남다르다. 여행 패러다임이 대형 여행사 중심의 단체 관광에서 개인별 맞춤 여행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VC를 등에 업고 이들 기업은 여행 수요 회복에 대비해 몸집을 키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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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트리플, 마이리얼트립, 스토리시티 등 여행 스타트업이 잇따라 투자를 유치했다. 여행박사, 자유투어 등 여행·관광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임에도 이들 여행 스타트업은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이 VC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결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다. 모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최신 ICT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여행을 추천한다.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성장해 왔다는 평가다. 관련업계는 코로나19로 단체 여행 수요가 줄면서 이같은 서비스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여행 산업도 가이드 등 사람 중심에서 IT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이같은 세대 교체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종식 이후부터 여행 수요는 빠르게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기간에 준비를 잘한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실제 7월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32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마이리얼트립은 자유여행상품을 중개해온 경험으로 코로나19 이후 시장을 이끌어 갈 경쟁력이 갖췄다는 평가다. 국내 여행 수요에 빠르게 대처해 성과를 낸 점도 투자를 받은 배경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기획사 가이드라이브에 투자하며 서비스 다각화에 나섰다.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낸 트리플 역시 빅데이터 기반 여행 플랫폼 기업이다. 누적 120만개 여행 정보와 90만개 사용자 후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트리플에 투자한 야놀자는 세계 여행 데이터와 여행 콘텐츠 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양사의 혁신 기술을 접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맞춤형 여행 서비스 여다를 운영하는 스토리시티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프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여다는 사용자 취향에 맞춰 여행 일정을 추천한다. 숙소나 액티비티 등을 바로 예약·결제할 수도 있다. 국내 여행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며 향후 해외 여행이 활성화되면 외국인 여행자에게 한국을 알리는 인바운드 여행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모든 여행 관련 스타트업이 VC로부터 주목을 받는 건 아니다. 여전히 여행 스타트업은 업계 전반에 걸쳐 침체된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VC들도 투자에 신중을 기한다. 특화된 기술력 없이는 VC로 눈길을 끌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초 투자를 유치했으나 타격을 입고 사업을 재검토하는 기업이 다수로 알려졌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억눌린 여행 수요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관련 기업에 자금이 많이 풀릴 것이다"면서도 "당분간은 여행업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투자 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여행이 재개돼도 단기간에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코로나 이전보다 커졌다는 사람이 41%인 반면 오히려 줄었다는 비율도 33%에 달해 해외여행 잠재욕구가 양극화되는 모양새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일부 계층의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분풀이식 여행소비로 나타나겠지만, 해외여행 기피 내지는 포기자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때가 되면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제가 될지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