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2021년 2월로 연기했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TC는 이날 위원회 투표를 통해 판결 재연기를 결정했다. 구체적 배경이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판결에 대한 ITC의 고심이 맞물려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본다.

ITC 최종 판결은 당초 10월 5일로 예정됐지만 10월26일, 12월 10일로 연기된 데 이어 2021년 2월로 세 번째 연기가 이뤄졌다.

2021년 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이 예정돼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만큼 ITC가 보다 신중하게 사안을 들여다 본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중 ITC 판결이 코로나19 영향으로 50건 이상 연기된 것으로 봤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TC에서 연기 이력이 있는 소송 14건 중 현재까지 9건 소송의 최종결정을 했고, 모두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차 연기로 불가피하게 소송이 해를 다시 넘겨 장기화된 것은 유감이다"라며 "그럼에도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리스크 장기화로 고착 상태인 양사 합의가 재개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소송과 관련, 수천억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의 패소로 예비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예비결정이 뒤집힌 전례가 없어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가 유력하다. 하지만 소송 장기화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에 부담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협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