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은 2006년 제정 후 한번도 전면개정되지 않았다. 이에 크게 성장한 게임 산업계,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업계, 정치계와 학계 등지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은 10일 게임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게임산업 진흥과 게임소비자 보호를 위한 게임산업법 개선방안’ 결과를 발제했다.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국장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 ▲이승민 한국게임학회 이사(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토론했다.

행사 참여자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행사 참여자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행사에서는 ▲게임산업진흥원을 설립해 해당 기관에 게임물관리위원회 통합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기금 설치 ▲아케이드·비아케이드 게임 규제 이원화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게임만을 위한’ 전담기관 필요…게임위 업무도 합치자는 의견 나와

김 변호사는 게임 산업이 한국 산업 전체에 기여하는 바와 향후 발전 가능성, 위상과 고용창출 등 순기능을 고려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게임 본부만으로는 게임 산업 전체를 다루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문체부가 2월 공개한 개정안 28조는 ‘한국게임진흥원’ 설립에 관한 내용이다. 이중 4항은 각종 연구나 지원 등 게임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원에 역할을 담았다.

김 변호사는 한국게임진흥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업무까지 다룰 것을 제안했다. 그는 "두 기관을 통합하면 불필요한 중복 사무가 줄어들고, 전문성이 강화된다는 순기능이 있다"며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되는 사례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진흥기관과 등급관리 기관 중 어느 한쪽의 논리가 우세해지면 다른 한쪽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을 우려해 게임위의 독립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면서 진흥원 산하에 사무국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김남주 변호사 / 오시영 기자
김남주 변호사 / 오시영 기자
토론 참여자는 대부분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설립에 찬성했다. 김현규 수석부회장은 "업계에서도 게임만을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콘진원은 지난 10년간 3조원쯤 예산을 사용하면서 콘텐츠 전 분야에 대한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것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장관을 지냈던 도종환 의원(現 문체위원장)은 진흥기관과 규제기관을 합치는 것은 좋은 모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예를 든 것은 사실 어색한 조합이다"며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역할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조직 축소를 거듭해서 진흥원의 일부로 남겨놓은 상태다. 앞으로 더 고민할 문제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게임 산업 ‘기금’
필요성, 징수 방법·대상, 사용처, 투명성 등 두고 열띤 토론

김 변호사는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기금 설치 및 운용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에 관련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기금은 영화발전기금과 유사한 형태로, 중소 게임개발사를 돕거나 게임 문화, 산업 활성화를 돕는 용도로 쓸 것을 제시했다. ‘남북 게임 교류 활성화’ 같은 항목도 있다.

기금은 정부 출연금, 개인·법인 기부금, 부과금 등 재원으로 조성한다. 이중 부과금을 모으는 방법은 크게 ‘게임이용료(아이템 구매료 포함) 중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방법과 게임 사업자의 영업이익 중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산업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다. 2018년 기준으로 상위 3개사가 매출 50%쯤을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도 심하다"며 "이를 방치하면 게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금은 게임을 제작하는 단계부터 종사자의 복지향상까지 다양한 분야에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승범 과장, 김현규 수석부회장, 최승우 국장, 이승민 이사 / 오시영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승범 과장, 김현규 수석부회장, 최승우 국장, 이승민 이사 / 오시영 기자
기금의 필요성과 징수 방법·대상, 투명성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승범 과장은 "기금을 위해 기업 수익을 징수한다면, 기업에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국회나 사회에서 다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우 국장은 운영 주체와 적절성 문제를 들어 기금 설치를 반대했다. 그는 "콘진원에서 국가 예산을 써서 지원할 때도 과제 선정부터 집행 과정, 혹은 수혜자의 도덕적 문제 등 다양한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현규 수석부회장은 기금 자체는 필요하지만, 대기업에 수익을 징수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는 "모바일게임이 중심이 된 시대에는 대기업도 플랫폼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므로 대기업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다"며 "대신 문체부나, 국회와 함께 연구해서 기금을 마련할 좋은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민 교수는 기금을 조성하기 전에 먼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 관련 논의가 나오고, 셧다운제를 이미 시행하는 등 게임 규제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보다 과한 면이 있다"며 "만약 기금을 굳이 마련한다고 해도 콘텐츠 융복합 시대에는 기존처럼 매체별 ‘칸막이식’으로 운영하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 콘텐츠 발전 기금을 전부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행성 위험이 높은 아케이드와 非아케이드 게임 구분하자는 의견
"사행성 게임물은 애초에 게임물이 아니다"

김 변호사는 아케이드와 비아케이드 게임물 규제를 이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케이드게임은 사행성 위험이 높다는 이유다. 이에 게임산업법 개정안에서는 비아케이드게임물을 별도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청소년이용불가게임을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냈다. 또한 비아케이드게임물은 등급분류 후 내용 수정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을 유통하면 5년 징역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데, 영비법은 등급을 받지 않은 영화를 상영했을 때 3년 징역 이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점도 지적했다.

이승민 이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행행위 규제법이 이미 있으므로, 사행성 게임물은 애초에 게임산업법에서 정의하는 게임물이 아니다. 그것은 진흥의 대상이 아니다"며 "사행성 때문에 등급 분류할 수 없는 게임물은 전부 사행행위 규제법으로 넘겨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한 "아케이드와 비아케이드 게임을 구분하게 되면 정부가 주요 육성 산업으로 꼽는 가상현실(VR) 실감콘텐츠 기기도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는 등급 분류의 원래 취지를 생각해서 이와 관련한 형사처벌 규정을 전부 폐지하고, 적어도 과태료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급 분류는 미국에서 1910년대 영화를 바탕으로 나온 시스템이다"며 "상품 신뢰성을 제공하고, 부모에게 훈육, 지도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까지가 알맞은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 / 오시영 기자
조승래 의원 / 오시영 기자
근본적으로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도 제시됐다. 김 수석부회장은 "이런 논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임 강국이다. K게임, K콘텐츠가 향후 한국의 도약을 이끌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시장이 형성되는 상황에도 제도적 지원, 뒷받침이 안 됐던 부분에 착안해 게임산업진흥법을 처음에 만들었다면, 지금은 게임 산업, 기술의 변화에 따라 한 획을 그을 때가 온 것 같다"며 "게임 산업을 육성하도록 하는 노력에 더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2월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에는 게임산업법 명칭 변경,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 규제 개선 모호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