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의 아픈 손가락 '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차 품으로

입력 2020.12.11 17:30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간 상승효과 기대
모비스-글로비스 연계한 로봇 중심의 가치사슬 구축 시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 소프트뱅크와 접촉한 지 한 달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인수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회사측은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 관련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 및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회사가 보유한 양산 및 연구개발 역량,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등을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양산화 및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룹사 측면에서는 현대모비스ㆍ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한 로봇 시장 진입, 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 로봇 중심의 새로운 가치사슬 구축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을 기대한다.

이밖에 첨단 기술 선도 그룹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로봇을 적극 활용한 재난 구조나 의료 케어 등 공공 영역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은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로봇 부문 개발을 통해)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마트 로봇 핵심 기업으로, 세계 유수의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 상용화 가속화에 나서게 돼 감격스럽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소프트뱅크그룹도 이들의 성공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산업이 직면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첨단 자동화를 가능케 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가속화할 것이다"라며 "로보틱스 분야의 쉽지 않은 도전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이후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1년 상반기 중으로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분야의 폭넓은 활용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추진했다. 각 분야별 다수의 기업과 협업하거나 여러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로봇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ㆍ인지ㆍ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교(MIT)의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한 회사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주목을 받으며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개발한 4족 보행 운송용 로봇 ‘빅 도그’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2016년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해당 로봇으로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들을 구현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을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사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다.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7년 245억달러(26조7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444억달러(48조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연 성장률 32%를 기록, 5년 뒤 1772억달러(193조1500억원) 규모에 달할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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