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에 있는 애플 아이폰 생산 공장 근무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생산 시설을 부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애플은 최근 인도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을 꾀하는데, 노동자들의 분쟁으로 애플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있는 위스트론 공장 노동자의 집단 행동으로 파손된 회사 차량 모습 / 유튜브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있는 위스트론 공장 노동자의 집단 행동으로 파손된 회사 차량 모습 / 유튜브
힌두스탄타임스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외신은 14일(현지시각)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있는 위스트론 인포콤 공장에서 노동자 2000명쯤이 공장 시설과 물품을 파손했다고 보도했다.

위스트론은 대만 소재의 애플 위탁 생산 기업이다. 벵갈루루에 있는 인포콤 공장은 아이폰SE 등 애플 스마트폰 제품을 생산한다. 현지 공장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노동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외신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쇠막대로 공장 건물 집기와 유리, 자동차, 골프 카트, 보안 카메라 등을 파손했다. 일부는 노트북과 아이폰을 훔쳤다. 현장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됐다. 현지 경찰은 149명의 노동자를 체포했다.

위스트론 노동자들은 사측이 임금 체불과 초과 근무 등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약속한 것과 달리 임금을 적게 지급했고,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직 노동자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도록 강요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위스트론 측은 이번 사건으로 43억7000만루피(649억819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경찰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조사를 위해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방갈로르가 있는 카르나타카주 정부는 조사 결과 지난 3개월 동안 위스트론의 노사 갈등이 지속했으며 회사 측이 임금을 체불했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위스트론 측에 "3일 안에 체불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통지했다.

애플도 현지 조사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본사 직원과 회계 책임자를 인도 현지에 파견해 위스트론이 인도 공장에서 공급 업체 지침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애플은 인도 경찰에도 협조한다. 아이폰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의 존엄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더했다.

일각에서는 애플 인도 공장에서의 노동자 집단 행동이 애플의 인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장악한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애플은 2021년 상반기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so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