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켰다. 대규모 장애를 일으킨지 불과 한달여만이다. 구글의 서비스가 멈추는 동안 세계 이용자의 일상도 멈췄다. 그만큼 구글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디지털·비대면화로 인터넷 서비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독과점 기업에 대한 강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15일 구글코리아는 "한국시간 기준 14일 오후 8시 47분부터 약 45분간 구글 내부 스토리지 할당량 문제로 인증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이용자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에서 오류가 났다"고 밝혔다.

인증 시스템 장애로 유튜브, 지메일, 플레이스토어, 클라우드, 문서 도구, 지도 등 대부분 서비스가 중단됐다. 유튜브는 로그인이 필요 없는 시크릿 모드로 접속할 수 있었으나 지메일, 플레이스토어 등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구글 제품 중 일부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 제품 중 일부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가 불만 표출…휴교·업무마비까지

접속 장애 현상은 1시간이 채 안 돼 해결됐지만 파장은 컸다. 메일과 클라우드 등 업무용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일부 직장인들은 업무를 중단해야만 했다. 또 일부 사용자는 사물인터넷(IoT) 연동 기능을 갖춘 구글 홈 등에 오류가 나타나 불편함을 겪었다.

구글 홈 미니 사용자 A씨는 "평소 구글 홈 미니로 조명과 TV 등을 켜고 끄는데 갑자기 오류가 생겨서 한참 당황했다"며 "구글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세계 각지에서도 불만이 속출했다. 미국의 경우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전 6시 45분쯤 오류가 발생해 아침 업무과 등교에 차질이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구글 미트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던 한 학교는 이날 하루 휴교를 결정했다. 뉴스룸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WSJ 역시 "기자들이 구글 장애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전화 등 구형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외신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구글 장애로 인한 혼란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를 계기로 서버 다중화 등 최적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윌리엄 딕슨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장애 현상은 세계 디지털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태로 거대 기술 기업이 너무 강력해졌기 때문에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게 됐다"며 "구글은 현재 미국에서 독점 금지 소송에 직면해있고 유럽연합도 규제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라고 했다.

구글 인증 시스템 장애로 서비스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 구글 대시보드 갈무리
구글 인증 시스템 장애로 서비스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 구글 대시보드 갈무리
구글 책임과 의무 강화해야

국내서도 구글의 서비스 안정화에 책임과 의무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인앱 결제 정책을 확대하고 유튜브의 모든 동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오류에 대한 피해 보상은 소극적이란 비판이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대표는 "구글은 비대면 확산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앱 결제 의무화) 등 수익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 질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피해 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구글 등 부가통신사업자는 4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하면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한 달 이내에 손해배상 절차도 알려야 한다. 14일의 경우처럼 1시간 미만은 해당 사항이 없다.

구글코리아 측도 보상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해당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며 "불편을 겪은 모든 이용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손해배상 기준을 현행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시행된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해당 법은 전기통신서비스 장애 등이 발생할 경우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국내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서비스 장애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원인 파악을 위해 관련 사실 및 조치사항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다"며 "서비스 중단사실을 국내 이용자에게 한국어로 공지하도록 조치하고 향후 사실관계 파악 후 필요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