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명이 넘을 수 있고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언제 어디서나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3차 대유행, 임상 시험 타격 불가피

3차 대유행으로 방역체계는 붕괴위협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임상시험은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임상시험 특성 때문이다. 전통 임상시험은 대면으로 진행된다.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코로나19는 필연적으로 임상시험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유경상 서울대학교 교수와 한국 IQVIA 조사에 따르면 연초 1차 대유행 당시 임상시험 참여자의 현장(site) 방문은 제한됐다. 모든 현장은 임상시험 모니터요원(CRA)의 모니터링 방문을 자제시켰다. 대부분 병원에서 임상시험 개시를 허용하지 않았다. 임상시험이 전반적으로 지연될 뿐 아니라 새로운 임상시험 또한 보류됐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병원 방문이 제한돼 진료와 약물투여에 지장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질환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원은 1차 대유행 당시와 유사하게 임상시험 개시를 주저할 수 있을 것이고, CRA는 모니터링 방문 중 코로나19 감염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다. 대면 중심의 임상시험이 고집된다면 임상시험의 장기적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상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와 백신 임상시험은 어떤 환경에서도 진행돼야 한다.

美 비대면 임상으로 모범 사례 보여

임상시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붕괴됐지만 치료제 임상시험과 백신 개발은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말라리아 치료제에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3월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캐나다 3개 대학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의 코로나19 치료 및 예방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긴급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IND 아래 비대면 참여자 중심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여는 자발적으로 원격 등록, 원격 동의 과정을 밟았다. 모집은 SNS로 진행됐다. IP는 참여자에게 직접 배송됐다. 임상시험 결과(outcome)은 원격진료 방법으로 관찰됐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이 임상시험은 비대면 임상시험의 모범이 될 것이다. 대면 또는 비대면 임상시험은 방법의 차이일 뿐 동일한 임상시험 원칙이 적용됨을 보여주기도 했다.

1차 대유행 당시 한국은 성공적 방역으로 임상시험 충격을 극복했다. 미국, 일본 등은 비대면 임상시험 방법을 채택하면서 극복했다. 1차 대유행이 돌던 4월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환자 등록률은 작년 대비 59%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일본의 경우 60%가 감소했으며 미국은 45%가 감소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35% 감소세를 겪었다.

변화는 8월부터 감지됐다. 세계 임상시험 감소율은 20%다. 미국은 22%의 감소세를 보였다. 31% 감소인 한국보다 선방했다. 일본은 작년 대비 오히려 25% 상승했다. 미국, 일본은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비대면 임상시험을 채택하면서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이 한국보다 빠르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비대면 임상 반드시 시행돼야

임상시험은 크게 보면 ▲참여자 관련 활동 ▲의료진의 진료 ▲동의서 ▲시험약품투여 ▲모니터링으로 구성된다. 이 모두가 거의 항상 대면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다. 대면 진료는 원격의료 원격진료로, 서면 동의서는 전자동의서로 대체되고, 시험약품투여는 사이트가 아니라, 직접배송 원격투약으로 시행된다. 임상시험의 파괴적 변화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편하고 안전하게 임상시험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모니터링도 원격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비영리 단체 ‘트랜스셀러레이트(TransCelerate)’에 따르면 서면 동의보다 전자동의가 참여자의 임상시험 이해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중도탈락(dropout)도 줄인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원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흔한 일이다. 아픈 몸을 끌고 의사와 5분 정도의 대면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가서 하루를 소비하는 일은 참여자에게 괴로운 일이다. 화상 진료 또는 동내 의원에서 또는 집 근처로 오는 이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또는 임상 간호사가 집으로 온다면 참여자에게는 임상시험 참여로 인한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이다.

IP가 집으로 직접 배송되고 투약을 동내 병원, 이동병원 또는 임상 간호사가 하는 환자중심 임상시험이 가능하다. 임상시험 데이터가 병원 대신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서버로 직접 제출되는 만큼, 소스데이터 (Source Data)가 병원이 아니라 CRO에 있다. 이런 비대면 임상시험 방법은 임상시험 선진국인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채택되고 있다.

우리도 지침서만 바꾸면 된다. 바이오제약 전문가들은 비대면 임상시험으로의 변화는 영구적인 것이라고 예측하고, 비대면 임상시험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가 되고 있다.

3차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특히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진행돼야 한다. 대면방법을 고집한다면 많은 장애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과감하게 비대면 임상 방법이 가능한 환경을 속히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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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통계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통계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IH), 국립신경질환연구소, 국립모자건강연구소 등에서 데이터 통계분석과 임상연구를 담당했다.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해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를 겸임하며 2000년도에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임상CRO협회장을 역임해 국내 CRO산업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권위 인명 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도 등재됐다. 현재 서경대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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