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만들면 누군가 쓰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인 거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나오는데, 고객을 모르면 데이터 수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2017년 매우 많았던 자연어처리·음성 관련 AI 스타트업이 사라진 이유입니다"

양상환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D2SF) 리더는 17일 ‘네이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서밋’에서 ‘그 많던 AI 스타트업들은 어디로 갔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양 리더는 이날 세션에서 각각 2017년과 2020년 만났던 AI 스타트업 약 300개팀을 비교한 결과를 바탕으로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했다.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양성 액셀러레이터인 D2SF는 매년 약 1000~1500개 스타트업을 만난다.

양상환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D2SF)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 네이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서밋
양상환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D2SF)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 네이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서밋
그는 AI 스타트업을 수평적 AI 스타트업과 수직적 AI 스타트업으로 분류했다. 수직적 AI 스타트업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반면 수평적 기업은 AI를 위한 AI를 개발한다. 개발자,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같은 전문가를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식이다.

분석 결과 수평적 AI 스타트업은 수직적 AI 스타트업에 비해 생존이 쉽지 않았다. 수직적 AI 스타트업은 2017년과 비교해 올해 절반 이상 살아남은 반면 수평적 AI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50%에 못 미쳤다. 수평적 AI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율도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양 리더는 "수평적 AI 스타트업의 주요 무대를 구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장악하면서 시장 기회가 아주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니면 해당 영역이 파편화되길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수평적 AI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갖추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AI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 포진돼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에서도 수평적 AI 스타트업 사례가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양 리더는 "투자 유치율과 생존율 등의 숫자 자체가 투자와 성장의 질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며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를 비롯해 하바나랩스, 자일링스까지 수평적 AI 스타트업은 빅테크 기업에 강력한 매력을 발산해왔다"고 했다.

양 리더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객’에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AI 스타트업 성공 요소에 ‘고객’·’데이터’·’기술’ 3가지가 있다면 이 중 핵심이 ‘고객’이라는 주장이다.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탄생했는데 여기에는 선명하고 단순한 이유가 있다"며 "기업 고객은 기본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기업은 이미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거나 접근성이 높으며 이를 스타트업에 제공해줄 수도 있다"며 "수많은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 기술을 접목하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