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각광 받는다. 한 분야에서 오래 쌓아온 전문성 및 정보, 여기에 개성과 재미까지 녹여낸 이들의 콘텐츠는 많은 이들이 보고 즐긴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연스레 수만~수백만명에 달하는 구독자와 월간 수만시간이 넘는 시청 시간을 갖게 됐다.

구독자수는 신문의 독자수, 발행 부수다. 시청 시간은 TV의 시청률이다. 이에 크리에이터들은 수많은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이자, 기존 미디어와 여러 면이 다른 ‘뉴 미디어’를 자처한다.

기존 미디어 종사자로서 절반은 동의한다.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미디어인 신문·방송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신문·방송은 정보를 정해진 시간에만 전달했다. 전달 수단도 종이나 TV, 라디오 등으로 정해져 있다. 유형도 기사나 뉴스 뿐이다.

크리에이터를 위시한 뉴 미디어는 다르다. 이들이 만든 정보를 독자는 언제든지 원할때 볼 수 있다. 관심 있는, 알고 싶은 주제만 검색해 볼 수 있다. 인터넷만 있다면 PC,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 등 여러 수단으로 뉴 미디어 콘텐츠를 전달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유형도 드라마나 코미디, 대담이나 패널 토론 등 다양하다. 기존 미디어가 보고 배울 만하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미디어와 달리 ‘말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수익을 위해 일부러 무시한다. 그래서 결국 숱한 구설수와 부작용을 낳았다.

광고비를 받아 동영상을 만들고는, 대가 없이 순수한 의도로 만든 동영상이라고 속여 독자를 기만한 ‘뒷광고’ 논란이 있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동영상을 만들기에만 급급하던 크리에이터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한참 전부터 거셌다.

사회,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부각해 논란을 일으키고 조회수 수익만 챙기려 하는 ‘저품질’ 크리에이터도 지탄을 받는다. 다른 크리에이터가 애써 만든 동영상을 베껴 자신의 채널에 등록하는 ‘렉카(견인차처럼 다른 동영상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의미)’ 비판도 불거졌다.

최근엔 한 음식 평가 크리에이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탓에, 한 식당이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정보는 정확하게, 신중하게, 책임 있게 전달해야 한다. 근거를 확보하고 사실 관계를 여러 번 확인한 다음 알려야 한다. 한번 정보가 잘못 알려지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그래서 기존 미디어는 이를 걸러낼 취재 및 팩트 체크 절차를 운영한다. 정정보도, 해명기사 등 보완 수단도 만들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도 정정보도나 해명 기사를 내놓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두달쯤 자숙하겠다며 활동을 멈췄다가, 어느 사이엔가 복귀한다. 그리고 이전과 똑같은 논란을 일으킨다. 똑같은 피해자를 만든다.

미디어가 잘못 휘두른 펜은,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수단이 아닌 무기가 된다. 크리에이터가 잘못 전달한 정보는 지식과 재미가 아닌, 분란과 희생을 일으키는 재앙이 된다.

입을 떠난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혀로 만든 칼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을 찌른다. 잘못은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크리에이터들이 뉴 미디어를 자처하기 이전에 반드시 가슴과 머리에 새겨야 할 말이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