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라면 입을 모아 ‘지겹다’라고 말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재송신료(CPS) 협상이다. 수 년째 잡음이 나오다보니 방송 출입기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CPS는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방송 프로그램 재전송을 위해 지상파방송사업자(지상파)에 가입자 1명당 지불하는 대가를 말한다. 3년 단위 협상인 데다 양 측의 입장차가 커서 소송까지 이어진 전적도 있다.

지상파는 ‘갑(甲)질'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주문형비디오(VOD) 공급 중단 통보는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도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VOD 공급 중단을 통보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콘텐츠를 제공했으니 대가를 바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대가를 산정하고 요구하는 방식이 일방적인 것이 문제다. 지상파가 잘나가던 시절에야 막무가내 요구가 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몇년 간 지상파의 시청점유율과 시청률은 계속 하락 추세다. 그런데도 CPS는 계속 오른다.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든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광고 수익, 시청률 및 점유율, 방송제작비 등을 고려해 정당하게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상파는 CPS를 계속 인상하면서 산정 방식을 제시한 적도 없다.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

지상파는 전파라는 공적 자원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만큼, 공적 책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시청자를 볼모로 협상을 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실시간 방송 송출이나 VOD 공급을 중단하면 그 피해가 누구에게로 갈지 뻔히 알면서 말이다.

지상파의 늘어나는 경영 적자를 CPS 등으로 메우려고 하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 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방관한다는 지적도 해묵은 비판이다. 협상력이 없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거의 10년 넘게 정부의 개입을 호소 중이다.

2019년과 2020년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각각 케이블사업자 대표들과 만난 간담회 등에서도 CPS 얘기가 나왔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다. 방통위가 도입하려는 직권조정 제도는 사실상 블랙아웃(송출중단)을 막을 실효성이 없다.

방통위는 지상파의 반발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가능한 재정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가 계속 반발하면 정부는 계속 손 놓고 있어야만 하나. 콘텐츠 사용료 분쟁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된다. 이는 시청자는 물론, 사업자에게도 이로울 게 없는 일이다.

타당한 콘텐츠 사용료 책정은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에 필수적인 요소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논란이기에 이젠 정부의 개입 명분도 충분히 깔려있다. 어려운 숙제를 피하기보단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지겨운 막장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어주길 바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