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가운데 가상세계가 일상생활과 산업을 파고든다. Z세대의 놀이 문화에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아갈 것이란 기대다. 플랫폼 기업들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관련 혁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세계 젊은 층 사로잡은 韓 소셜 서비스, 비결은 ‘AR’

네이버제트는 이르면 내년 초 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에 실시간 전신 인식 기술을 도입한다. 최신 기술에 민감한 Z세대를 겨냥,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것이다. 제페토는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10대 비중이 80% 이상이다. 세계 이용자 수는 1억9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AI 전문 기업 알체라와 함께 조인트벤처(합작법인) 플레이스에이를 설립했다. 연구 개발 중심 조직인 플레이스에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페토 서비스를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플레이스에이 관계자는 "동영상이나 이용자의 행동을 손가락 하나까지 실시간으로 인식해 네이버 제페토 아바타에 반영할 것이다"며 "자세한 내용은 논의 중이며 내년 초에 서비스를 공식 런칭할 계획이다"고 했다.

네이버 제페토 / 네이버제트
네이버 제페토 / 네이버제트
영상 기술 기업 하이퍼커넥트 역시 AR·AI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자회사 무브패스트컴퍼니는 지난 7월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쿠나 라이브’에 AR 기능을 추가했다. 방송이 부담스러웠던 이용자들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쿠나라이브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미, 중동 등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주 이용자층은 10대다.

무브패스트컴퍼니 관계자는 "AR 기능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본에서 먼저 도입을 한 다음 반응이 좋아 한국에도 적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업계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신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내셔널리서치그룹(NRG) 조사에 따르면 Z세대 51%와 밀레니얼 세대의 50%가 엔터테인먼트와 소셜 네트워크 분야에서 AR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가상세계 안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소통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식한다"며 "연예인, 브랜드 등과의 협업이 활발해지는 등 업계에서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시대 업무 도구로 ‘주목’…판 키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아바타와 가상세계의 활용처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기업 내 의사소통 도구로도 주목 받는다. 재택근무, 영상회의 등이 보편화된 가운데 AR·VR 기술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페이스북 룸스 / 페이스북
페이스북 룸스 / 페이스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2350만개의 회사가 업무 회의 또는 서비스를 위해 AR과 VR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 세계 VR시장이 4500억달러, AR시장은 1조9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페이스북도 차세대 근무 환경 구축에 앞장섰다. 지난 5월 화상회의 서비스 ‘룸스’를 출시한 배경이다. 룸스는 AR 효과, 360도 배경 등 다양한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페이스북은 AR·VR 기술을 바탕으로 몰입형 플랫폼을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버추얼 밋업’을 선보였다. 최대 100명까지 동시 접속해 콘퍼런스,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모임을 개최할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 내 일부 부서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많은 상호작용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술 기반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