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마다 불법보조금 이어져
폰 사면 ‘교통비’ 받는 경우도
방통위는 "모니터링 강화"

연말은 스마트폰 업계 성수기다.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구매 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기깃값 일부를 지원해주는 금액)을 을 큰 폭으로 확대하며 소비자 눈길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판매점은 치열한 경쟁 상황을 틈타 불법보조금을 대거 지급 중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불법보조금 규모를 확 늘렸다. 일부 스마트폰 모델은 기기 구매 시 오히려 돈을 돌려주는 차비까지 주며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까지는 일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모니터링 강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 김평화 기자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 김평화 기자
"이통 3사 공시지원금 경쟁 뜨겁다"
주요 모델 모두 60만~70만원대 상향

2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연말 성수기를 맞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경쟁 행보가 분주하다. 통상 11월에서 12월까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성탄절 등 여러 행사가 있다.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확 늘어나는 시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9년 11월과 12월 두 달간 진행된 이통 3사의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 수는 그해 1월과 2월 지표보다 많다. 지난해 1~2월 이통3사 번호이동 건수는 총 91만2788건이었는데, 같은 해 11~12월 건수는 106만6994건에 달한다. 16.89% 증가한 것이다.

이통3사는 최근 일제히 공시지원금을 상향하며 소비자 눈길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는 출시 당시와 비교해 두 배 넘는 공시지원금을 제공한다. 최대 60만~70만원대에 이를 정도다.

LG전자가 내놓은 LG 윙과 벨벳 등에도 공시지원금이 추가됐다. 두 기종 모두 최대 78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됐다. 지원금 폭이 좁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도 확 올랐다. 아이폰12와 아이폰12미니는 기존 20만원대에서 최근 43만원으로 공시지원금이 늘었다.

2019년 월간 이통사별 가입자 번호이동 현황. 왼쪽부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 과기정통부
2019년 월간 이통사별 가입자 번호이동 현황. 왼쪽부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 과기정통부
불법보조금도 ‘꿈틀’…140만원대 제품을 7만원에 구매 가능?

유통 대리점별 경쟁도 심화한다. 최근 여러 스마트폰 모델을 대상으로 불법보조금이 확대 지급되는 상황이다. 다수의 모바일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가 출시한 제품과 관련한 지역별 불법보조금 시세표가 있다. 불법보조금 혜택이 큰 곳을 의미하는 성지를 공유하는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28일 기준 각 지역 시세표를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FE는 지역별로 시세 차이가 있지만 기깃값을 내지 않는 공짜폰에 속했다. 일부 대리점은 기기 구매 시 돈을 받는 대신 오히려 돈을 돌려주는 일명 ‘차비’까지 제시했다. 출고가가 140만원을 넘는 갤럭시S20 울트라는 서울 마포구와 도봉구 등 일부 지역에서 7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중저가 모델에서는 차비가 더 뛰었다. 출고가 69만원인 갤럭시A90은 최대 30만원까지 차비를 받을 수 있었다. 갤럭시A21이나 A31에서도 각각 차비가 있었다.

LG전자 제품도 마찬가지다. LG 윙은 불법보조금을 더하면 1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으며 LG 벨벳은 15만~20만원가량의 차비를 받을 수 있었다. 저가 모델인 LG Q92도 20만원까지 차비를 받을 정도다.

애플 역시 특정 제품에선 차비를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출시된 중저가형 모델 아이폰SE 2세대는 15만원 내외의 차비가 시세표에 게재돼 있었다. 고가에 속하는 아이폰12 미니도 1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지역별 불법보조금 시세표 / 각 모바일 커뮤니티 취합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지역별 불법보조금 시세표 / 각 모바일 커뮤니티 취합
불법보조금을 단속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같은 시장 흐름과 관련해 아직은 시장 일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상향하며 합법적인 경쟁을 펼치는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가 불법보조금을 쓰기 어렵기에 공시지원금을 통해 합법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이다"며 "다만 일부 유통점에서 여전히 불법보조금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 강화와 행정 지도로 문제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