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인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들이 2020년 2한 학기 동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산업 및 생활의 변화와 일상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IT기술,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술의 현재와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제출된 원본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대학생 리포트 ISSU 2020’ 하반기 편은 총 8회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안방에서 어학 연수, 그 효과와 미래
랜선에서 즐기는 스포츠 관람과 스마트 홈트
떼창 아쉽지만 공연·봉사활동도 언택트
집돌이와 밖순이 ‘AR 활용 쇼핑법
온라인 네이티브 ‘쇼핑 트렌드’
영상 콘텐츠, 인공지능 추천 서비스의 그림자
'IT서비스 지출' 대학생 100명에게 물어보니
디지털 세상 속, 나의 잊혀질 권리

‘아래 버튼을 누르면 사진, 댓글, 좋아요, 친구 관계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삭제되어 복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영구 삭제하기 전에 표시되는 문구다. 이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이용자가 본인의 계정을 삭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해당 이용자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없어질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정말 지켜질 수 있을까?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온라인 공간 속 자신의 기록을 지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 정보에 관한 영구적인 삭제를 요구하는 권한인 ‘잊혀질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권리를 명시적으로 지칭하는 법률 및 제도나 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 잊혀질 권리와 현대 사회


개인 정보를 보호해주는 잊혀질 권리 / BankInfoSecurity 갈무리
개인 정보를 보호해주는 잊혀질 권리 / BankInfoSecurity 갈무리
디지털 사회가 지인들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었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법이다. 본인의 정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통되면 과거 행적 유출, 사생활 침해와 같은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는 2011년에 유럽연합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2014년 EU 사법재판소는 정보보호 지침에 따라 이 권리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 나라는 본 권리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개인 정보를 우선해야 하는지, 아니면 대중의 알 권리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쉽게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당 권리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아직 사회적으로 충분한 공론화가 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개인과 관련된 다양한 게시물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수적으로 보인다.

◇ 개인 정보 유출 경로 파악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익명으로 확인할 수 있는 Gramho / Gramho 초기화면 갈무리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익명으로 확인할 수 있는 Gramho / Gramho 초기화면 갈무리
온라인에서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경로는 얼마나 있을까? 사실 명확한 수치로 대답하기는 다소 어렵다.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증가할수록 유출 경로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본인의 프로필을 비공개 설정할 수 있지만, 프로필 사진을 클릭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즉, 무단 도용 혹은 ‘퍼가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Gramho, Picuki와 같은 익명으로 인스타그램 유저들의 프로필 및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누가 나의 게시물을 조회했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이트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또한, 본인 계정에서 특정한 게시물을 삭제해도 구글 이미지에 본인의 아이디를 검색하면 삭제된 게시물이 저화질 상태로 발견될 수 있다. 게시물을 올린 순간 이미 구글 이미지 아카이브에 입력이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브이로그 등도 예외는 아니다. 게시자가 본인의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해도 해당 게시물이 따로 스크린샷 혹은 녹화됐으면 인터넷상에서 완전하게 없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먹방 유튜버 쯔양은 뒷광고 논란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모두 내린바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쯔양’을 검색하면 ‘쯔양 첫 방송 영상’, ‘쯔양 영상 다시 보기’ 등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본인의 정보를 인터넷 공간에 올리면 나중에 그것을 회수하려고 시도할 때 온전히 회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애초에 정보를 내보내는 것에 대한 조심성도 필요하지만, 게시자는 그런 정보에 대한 통제를 아예 빼앗길 수 있다.

◇ 김외솔의 인터넷 활용 사례

그럼 가상의 인물 ‘김외솔’의 구체적인 인터넷 활용 사례를 통해 개인 정보가 어떠한 방법으로 유출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본 인물의 가상사례는 대학생들의 실제 사례에 기반을 뒀다.

#처음으로 SNS에 가입한 김외솔은 높은 조회 수 및 좋아요 수를 받기 위해 게시물을 공개로 설정하고 캡션에는 ‘#선팔맞팔 #대학생 #일상’과 같은 해시태그를 단다.

#김외솔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한 이용자가 김외솔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본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다.

#초상권 침해로 이용자를 신고한 김외솔은 본인의 프로필을 비공개로 변경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다. 하지만 이후에 구글 검색창에 자신의 아이디를 검색하니 이미지 아카이브에 삭제된 사진이 발견된다.

#이후 김외솔은 계정을 깨끗이 삭제해도 본인의 예전 아이디를 검색하면 자신의 사진들과 팔로우했던 친구들의 프로필이 공개된다.

#이제 SNS를 하지 않는 김외솔은 본인의 이름 및 대학교를 검색해보니 예전에 참여했던 멘토링 캠프 관련 블로그 게시물들을 발견한다. 자신의 얼굴이 공개적으로 게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김외솔의 사례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살펴봤다. SNS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하고 특정 게시물을 삭제해도 해당 게시물은 쉽게 발견됐다. SNS 계정을 삭제해도, 결국 블로그와 같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자신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 디지털 사회에 접어든 대학생들의 반응

일상 속의 대부분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SNS가 지속해서 득세하는 만큼,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20대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5명을 인터뷰했다.

해당 권리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 신OO 씨는 "계정을 삭제하면, 그 계정과 관련된 사진이나 정보는 아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처럼 인터넷이 발전된 나라는 모든 게 다 쉽게 공개될 수 있는 ‘드러나는 사회’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최소한 타인의 계정에 함부로 침범해서 사진이나 게시물을 아카이빙하는 사이트들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며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OO 씨는 "인터넷에 올리는 게시물은 남에게 드러내고 싶은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설정했다는 것은 더이상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선택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자신과 연관된 게시물의 완전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당연히 여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OO 씨도 "예전에 인터넷에 게시한 글들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 했던 생각들이 굉장히 철없는 생각임을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게 된다. 그런 글을 잊고 싶은데 삭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록으로 남아있고, 그때의 생각과 감정으로 내 현재의 이미지가 결정된다면 참 슬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걸어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OO 씨는 "어떠한 법률적인 필요성이나 보호의 필요성은 그것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야기된다고 생각을 한다. 피해 사례들을 모아서 잠재적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법률이 생길 수 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OO 씨는 "IT산업이 점점 더 성장해가고 있는 만큼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확산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도입될지, 그리고 정보가 어떻게 삭제될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개인 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할 텐데, 그 기관이 신빙성이 있는지에 관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해당 권리를 추진하는 것에 있어서 대체로 긍정적이다. 도입하기 전에 일단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부터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도 답했다. 물론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릴 때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도 본인 자유인 만큼, 자신에 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를 희망하는 이유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것은 곧 국가의 것’이라는 말이 빈번히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인 정보의 유출에 관한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요구 역시 많아지고 있다. 2016년 6월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업로드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타인의 접근 배제를 돕는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제도를 제시한 바가 있다. 법제화를 추진하는 상황은 아닐지라도, 일차적으로 이러한 권리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세부적인 보호 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

강영조 연세대학교 UIC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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