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⑬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잘 보관하여야 한다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1.01.01 06:00

    요즘 가정이나 직장에서 커피머신이나 커피메이커를 이용하여 직접 추출하여 마시거나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 커피원두를 소량씩 구매하여 분쇄의 향과 맛을 직접 즐기는 홈카페족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는 갓 볶았을 때가 가장 신선하고 풍부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시키기란 힘든 일이다. 원두 고유의 향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커피 원두를 잘 보관하여야 한다.

    커피에는 850여종의 향기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향기 성분들은 극히 민감하여 쉽게 변화한다. 그러므로 커피의 향미와 품질 보존을 위해서 커피를 분쇄하여 마실 때까지 원두를 어떻게 포장하여 보관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로스팅은 커피생콩(green coffee)을 강한 열로 볶는 과정이므로 로스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원두에 많은 탄산가스(이산화탄소)가 함유된다. 갓 볶은 커피에서 나는 좋은 향기 성분과 탄산가스는 볶은 직후 공기와 접촉되는 순간부터 산화 작용에 의해 감소하기 시작한다. 로스팅 후 2 주일간 실온에 놓아두면 50%까지 감소되어 커피에서 나는 좋은 향기는 급격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커피 고유의 맛을 잘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추출도 중요한 부분이다. 갓 볶아진 원두 속에 들어있는 탄산가스는 추출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한다. 원두 속의 탄산가스 때문에 물이 커피조직 속에 쉽게 침투되는 것을 방해한다. 통상 탄산가스는 볶은 후 1~2주일(볶아진 로스팅 단계에 따라 기간은 달라진다)동안 배출되므로 2주 후가 커피의 맛을 가장 좋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맛보다 커피의 향기를 더 즐기고자 한다면 갓 볶은 커피를 사서 바로 음료로 만들어 마시면 되고 반면, 향보다 맛을 더 즐기고 싶다면 갓 볶은 커피보다는 볶은 지 일정한 기간이 지난 커피가 더욱 좋다.

    또, 커피원두를 구매할 때는 1회 분만을 구입할 수는 없으므로 구매한 원두를 언제까지 소비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에 따라 구입하는 양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볶은 날짜를 고려하여 구입하면 된다.

    만일, 200g 포장된 원두를 구입하여 한 잔에 20g 정도를 사용하여 하루에 1-2잔 정도 마시는 분이라면, 원두를 모두 소진하는데 5~6일 정도 걸린다. 이처럼 원두를 구입한 후 사용기간이 길어진다면 갓 볶은 원두를 사는 것이 좋다. 이보다 더 많은 양을 하루에 사용하고 있다면 커피가 가장 맛있어질 때인 볶은 후 1~2주 지난 원두를 사서 마시면 커피의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원두커피 본래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마실 만큼의 필요한 양만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일단 개봉한 원두는 가급적 빨리 소모하는 것이 좋다.

    커피를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커피 향미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커피 향미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볶은 커피가 공기 중의 산소에 노출됨으로써 일어나는 산화 작용(oxygen)이 볶은 커피의 향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산화작용은 원두 상태보다 분쇄된 가루 상태일 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산화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두 상태로 구입하여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분쇄하여 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moisture)도 커피 향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생두는 팝콘 터지듯이 터진다. 그 과정에서 조직이 흡습성이 매우 강한 다공성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방습포장을 하지 않으면 원두커피 속에 물 분자가 쉽게 침투하여 향미 성분의 산화 작용을 촉진시켜 향미를 변화시키게 된다.

    온도(temperature)도 향미 성분의 화학적 변화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원두커피를 적정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상온(25˚C)에 보관한 원두의 산패 속도는 냉장(5˚C)에서 저장할 때보다 약 5배 빠르다. 갓 볶은 커피를 상온에서 보관하면 신선한 품질이 2주 정도 유지되지만 냉장고에 밀폐하여 보관하면 10주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원두를 구입하여 보관할 때에는 냉장보관을 추천한다.

    커피 향미는 볶은 정도(로스팅 단계)와 분쇄 입도(roast color and particle)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강볶음 커피는 약볶음 커피보다 다공질의 조직이 더 커지고 밀도가 더 약하므로 산패 속도가 더 빨라진다. 또한 볶은 커피를 분쇄하게 되면 공기와 맞닿는 입자수와 표면적이 급격하게 증가되므로 산패 속도가 더 빨라진다. 따라서 커피를 추출할 때마다 조금씩 분쇄하여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커피의 향미는 포장지와 포장상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커피원두의 다공성 구조로 인해 냉각되거나 대기에 닿을 때 수분을 재흡수할 수 있다. 따라서 포장재료가 방습성이 낮은 경우에는 흡습에 따른 품질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방습성이 높은 포장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포장 후에도 커피 포장 속에 남아 있는 잔류 산소에 의한 산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포장 재료의 방기성도 고려해야 한다. 진공 포장을 하여 산소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불활성 가스로 치환하여 산패를 방지하거나 탈산소제를 포장지 속에 넣어 잔류 산소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관 장소도 커피의 향미에 영향을 끼친다. 햇빛이 드는 곳은 자외선에 의해 커피의 색이나 향미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 커피의 흡습 성질 때문에 이취가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냄새나는 물건과 함께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커피의 흡습성 때문에 커피 찌꺼기를 신발장이나 냉장고 탈취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커피 업체에서는 커피 원두의 산패를 방지하고 품질 유지를 위하여 여러 가지 포장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밸브포장이다. 포장 내부의 기체는 외부로 배출하고 외부에서는 내부로 기체가 통과하지 못하는 밸브를 커피 포장지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아로마 밸브, 후레쉬 밸브 또는 공기가 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one-way valv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방법은 볶은 후 원두에 흡착된 탄산가스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밸브와 밸브를 부착한 포장
    진공포장도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금속제 용기에 분쇄된 커피를 넣고 진공으로 포장하여 신선도를 오래 보존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금속제 용기 대신 가스가 투과하지 못하는 복합 필름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진공 포장에서는 내부 공기를 얼마나 완벽하게 빼내고 차단하느냐 하는 진공도가 가장 중요하다.


    진공포장된 캡슐커피
    질소 가스 치환 포장 방식도 있다. 포장재 속의 공기를 없애고 질소 가스를 채우거나 내부의 공기 자체를 질소로 치환하여 보존 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질소 포장을 할 때는 내부의 산소 함량이 1.0% 미만이 되도록 완전히 치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소는 불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산소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준다. 이처럼 원두의 산화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지만 알루미늄 캔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질소가스 치환 포장
    탈산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산소를 투과하는 종이나 플라스틱 필름 안에 화학적으로 산소를 흡수하는 소재를 넣어 포장한 것이다. 식품 등과 함께 산소 차단성이 있는 재질로 만든 밀봉 용기 내에 동봉하여 용기 내의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탈산소제를 사용한 포장
    가정이나 직장에서 커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볶은 날짜를 고려한 구입 시기와 원두 포장상태가 중요하지만 원두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파악하고 어떻게 보관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원두를 구매하여 사용하였다면, 남는 원두는 최대한 공기를 차단시켜 묶어두고 그늘진 곳에 온도를 낮추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커피 보관용 전용 냉장고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반 냉장고의 서랍 한 칸을 커피보관용으로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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