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웹툰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이른바 ‘슈퍼 아이피(IP)’로 불리는 메가 인기작을 발굴양성하고 이들 작품을 웹툰에 그치지 않고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전체 산업 규모를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확대도 웹툰기업의 주요 사업전략이다. 카카오페이지는 만화왕국 일본에서만 1조원 이상의 연간 거래액을 바라보고 있고, 네이버웹툰도 글로벌 월간 이용자수가 67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2021년초 공개될 웹툰 소재 SF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통해 2021년초 공개될 웹툰 소재 SF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웹툰 사업의 핵심축은 지식재산권(IP), 즉, 소설·만화 스토리 콘텐츠다.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경쟁력있는 작품을 ‘슈퍼 아이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영상 콘텐츠를 확대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자사 IP는 물론, 세계관이 탄탄하고 확장성이 있는 IP라면 기꺼이 투자해 ‘IP 유니버스(IP Universe)’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디즈니 마블 시리즈처럼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IP의 라이프사이클을 확장시키고, 글로벌에서도 통용될 K스토리 IP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웹툰을 소재로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만들어 드라마를 본 사람이 웹툰을 찾는 등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기존 콘텐츠업계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업전략과 같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세계관(유니버스)으로 묶어 다채로운 콘텐츠로 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카카오페이지는 ‘이태원 클라쓰'와 ‘스틸레인(강철비)’, SF작품 ‘승리호' 등을 통해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지난해 조회수 4억뷰, 2000만에 가까운 구독자로 인기 작품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도 ‘롯폰기 클라쓰’로 현지화돼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는 일본 넷플릭스 종합 톱 2위를 차지했으며, 홍콩·싱가폴·대만 넷플릭스에서도 일간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가 향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가 65개인데, 2021년부터 향후 3년동안 진행될 프로젝트 수도 65개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21년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방송·영화계 작품은 지속될 예정이다. 웹툰 ‘승리호’는 영화로 제작돼 넷플리스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아이돌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이미테이션’도 상반기 KBS드라마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미국 팬들 사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거세다. 현지 온라인청원사이트를 통해 17만명의 팬들이 애니 제작 요청에 동참했다. 웹툰은 한국에서 누적 조회수 5억3000만뷰를 돌파하고, 일본 픽코마에 진출해 매일 110만명이 열람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 기준 미국 타파스, 인도네시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서 상위 3위권 웹툰으로 등극했다.

로맨스 코미디 ‘사내 맞선’도 2021년 크로스픽쳐스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웹툰은 지난해 국내 누적 조회수 3억2000만뷰, 구독자수 400만명을 기록했다. 일본 픽코마에서 2019년 8월부터 1년간 1위를 차지하고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 연재 한달만에 1억20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 ‘미르의 전설’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으로 등장했다. 회사는 웹툰이 "미르의 전설 IP확장의 서막이다"라고 평가했다.

인기 웹툰 콘텐츠의 OSMU는 웹툰업계 공통 사업전략이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자사 웹툰 IP 영상화 사업을 연이어 진행한다. 동시에 유럽·남미 시장에서는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웹툰 IP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 영상 작품 제작을 목적으로 지난해 ‘버티고(Vertigo)’, ‘루스터티스 스튜디오(Rooster Teeth Studios)’, ‘바운드(Bound) 엔터테인먼트’ 등 3개의 국내외 영상 제작 스튜디오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글로벌 애니메이션 OTT 크런치롤(Crunchyroll)과 웹툰 원작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회사는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짐 핸슨 컴퍼니(The Jim Henson Company)와 손잡고 미국 현지 웹툰 ‘로어올림푸스(Lore Olympus)’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영상화가 진행 중인 웹툰 작품. / 네이버웹툰
영상화가 진행 중인 웹툰 작품. / 네이버웹툰
웹툰 ‘간 떨어지는 동거’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2021년 상반기 tvN을 통해 방영된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영화 ‘신과 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극장용 장편 영화 5편 제작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용감한 시민’이 영화로 제작된다. 네이버웹툰은 이외에도 ▲고인의 명복 ▲금수저 ▲내일 ▲대작 ▲마음의 숙제 ▲머니게임 ▲비질란테 ▲상중하 ▲알고있지만 ▲연의 편지 ▲우리 오빠는 아이돌 ▲유미의 세포들 ▲재혼 황후 ▲정년이 ▲피에는 피 등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밝혔다.

김신배 네이버웹툰 사업 리더는 "할리우드 대형 플레이어들과 협업도 앞두고 있어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국가에서 고른 성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거침없는 해외 성장세 보이는 웹툰 산업

코로나19가 세상을 뒤흔든 2020년에도 한국 웹툰 산업은 성장세를 보였고, 글로벌 매출 역시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웹툰 해외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업체는 2019년 대비 71.9% 상승했다. 60.5%의 웹툰업체들은 국내 매출 역시 증가했다고 답했다.

웹툰업계는 2020년은 물론 2021년에도 작품 수 증가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웹툰 산업이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웹툰은 ‘만화왕국'이라 평가받는 일본을 상대로 6년째 대일무역 흑자를 끌어냈다. 콘진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만화 콘텐츠의 일본 수출액은 2016년 915만달러(109억원), 2017년 974만달러(116억원), 2018년 1160만달러(138억원)를 기록했다.

일본은 세계만화산업에 있어 여전히 큰 시장이다.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만화산업 규모는 2018년 기준 4414억엔(4조9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77억엔(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만화산업 매출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 1조1786억원이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자사의 일본 웹툰 플랫폼인 픽코마가 지난해 8월 최초로 트래픽과 매출 기준 모두에서 일본 전자책 만화 시장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는 웹툰 종주국인 한국과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 시장 1위는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만 1조이상의 연간 거래액을 바라보게 됐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지는 현지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대형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카도카와는 1954년 설립된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잡지 등 일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곳이다. 2019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86억엔(2조3221억원)과 27억엔(300억5613만원)이다.

. /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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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도 글로벌 시장에서 거침없는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미국 시장에 처음 도전한 네이버웹툰은 서비스 시작 5년만인 2019년 현지서 월간순방문자(MAU) 1000만명을 확보했고, 2020년 8월에는 글로벌 MAU가 67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사용자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웹툰 유료 거래액도 급등했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 8000억원을 달성하고, 연간 거래액 1조원 달성 시점도 계획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레진 웹툰 플랫폼을 운영 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도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시장 모두 지난해 1월 대비 9월 기준 월매출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웹툰에 대한 글로벌 이용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원천 콘텐츠인 K웹툰에 대한 직접 투자 뿐 아니라 웹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의 확장과 해외 유통채널 강화 등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에서 최대 만화 플랫폼 ‘아니메 플래닛(anime planet)’, 일본시장에서는 ‘메챠코믹’, ‘코믹 시모아’, ‘렌타’, ‘코미코’, ‘픽코마’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유통 채널 강화에 나섰다.

일본의 경우, 웹서비스 시장규모가 대세로 메챠코믹을 필두로 한 웹 플랫폼이 디지털 만화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 웹 만화시장은 2020년 기준 2조1500억원, 앱 만화시장은 8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각 플랫폼과 레진 만화 콘텐츠 거래규모는 지난해 1월 대비 9월 기준 10배 이상 성장했다.

전자책 플랫폼 기업 리디도 글로벌 웹툰 시장에 진출했다.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를 북미 시장에 진출시켰다. 리디는 ‘만타’에 해외 독자가 좋아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검증된 웹툰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처럼 월정액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장르의 웹툰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