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5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30% 올랐다. 해가 바뀌었지만 2020년 증시에서 들었던 소식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소식 중 하나다. 2020년 12월 23일, LG전자 주가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상한가 당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발표했다. LG전자는 마그나를 통해 파워트레인 설계 기술력을 확보하고, 마그나의 글로벌 완성차 고객망과 연계해 조기에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LG전자 전장사업 부문은 마그나와의 협업을 계기로 올해 안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그나가 애플 전기차의 유력 파트너로 거론되는 만큼 주주의 기대심리가 크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신성장 사업이자 캐시카우로 정했다. 2013년 V-ENS 사업을 흡수하며 전장 사업에 나섰고,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을 인수했다. 하지만 수익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LG전자 전체 매출 중 전장사업을 맡는 VS부문의 비중은 2016년 4.9%에서 2020년 9월 8.7%로 늘었다. 하지만 VS부문의 영업손실은 2016년 767억원에서 2020년 3분기 누적 3654억원으로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2조530억원, TV를 판매하는 HE사업본부는 76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VS부문은 잘나가는 가전 부문의 눈치를 봐야했다.

자동차 내 전장 사용 비중이 늘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LG가 가진 전장 솔루션 역량이 빛을 발한다.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는 완성차 니즈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LG전자와 마그나의 협력을 기점으로 LG의 전장사업 로드맵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오랜 적자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꿋꿋이 밀고 나간 LG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한 것이다.

성장통을 이겨낸 LG전자는 충격 반전 실화를 썼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사업은 포기하지도, 버려서도 안 된다는 교훈이 옳은 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LG는 전장 사업에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는 미래 전망이 와닿는다.

LG는 타의에 의해 미래 먹거리를 내다 판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는 과거 반도체 사업을 눈물을 머금고 매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 여파로 산업 대부분에서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추진한 정부의 종용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고(故) 구본무 회장도 현대전자에 반도체를 넘긴 뒤 크게 낙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의 LG 반도체 사업 부문은 현재의 SK 하이닉스로 거듭났다.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결이 다른 얘기지만, 스포츠계에는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때마침 구광모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고객 감동을 완성해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기 없이 뚝심으로 이어온 LG전자의 전장 사업이 상당수를 LG팬으로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주는 곧 팬이기 때문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