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개발 유도 효과 떨어져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전년 대비 대당 보조금을 줄이면서 에너지효율과 주행거리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전기화물차는 새로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차 크기에 따라 정액제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근 전기화물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데, 정부가 시장 확장 등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화물차를 더 빨리 보급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포터II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현대차 포터II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7일 환경부가 고시한 ‘2021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행정예고(안)를 보면, 정부는 차 크기에 따라 전기화물차 보조금을 정액 지원한다. 초소형은 512만원, 경형 1100만원, 소형 1600만원 등이다. 초소형과 경형은 지난해와 같고, 소형 화물차 보조금은 200만원 줄었다.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과거 차종과 성능에 상관 없이 정액으로 일괄 지급됐지만 2019년부터 정책이 바뀌었다. 전기승용차를 시작으로 에너지효율, 상온/저온 주행거리 차이, 1회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 등을 고려해 차등 지급됐다. 차량의 친환경성이 얼마만큼이냐에 따라 보조금을 줌으로써 제조사들의 친환경차 개발 촉진을 유도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전기승용차, 초소형 전기차, 전기화물차, 전기승합차, 전기이륜차 등으로 분류한다. 이중 전기승용차와 전기승합차 및 전기이륜차는 효율과 성능에 따라 보조금에 차이를 둔다. 전기화물차와 초소형 전기차(400만원)만 정액제를 유지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초반에는 차량 별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보급 자체에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보조금 정액제가) 큰 문제 없었다"라며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자는 보조금 정책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전기화물차 보조금도 연비 연동제 등을 도입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보조금 지원 개정안은 전기차 차량 성능향상 유도를 위해 전기승용차의 전비 비중을 상향하고, 상온/저온 주행거리 차이가 적은 전기차에 인센티브 보조금을 부여하는 등 친환경성 및 성능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초소형 전기차와 전기화물차 등도 향후 시장규모와 판매차종수 등을 고려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해 전기화물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진입 영향으로 탄력을 받아 확장됐다. 정부가 올해 보조금 차등 지급방식을 충분히 도입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1만1003대), 같은 기간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차 봉고3 EV는 각각 9020대와 5149대씩 출고됐다. 지난해 내수 전기차 시장이 5만대 전후 규모였다. 현대기아차의 전기화물차 시장 진출 후 전기화물차 점유율이 28%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