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방송통신위원원회가 방송정책 과제를 발표하자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계 반발이 거세다. OTT가 지상파 방송 등 다른 방송 사업자와 동일한 법 테두리 내에 들어가면 자칫 규제 강화로 산업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책과제 브리핑 중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방통위
6일 정책과제 브리핑 중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방통위
8일 OTT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불만을 드러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방통위는 OTT를 포함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플랫폼, 유료PP, OTT 등을 모두 포함한 종합적 정책추진을 위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 확대를 추진한다. 이는 결국 그동안 방발기금을 내지 않았던 사업자에도 기금 책무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OTT 사업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OTT 사업자들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OTT 사업자를 동일하게 규제하지 않고 강도가 훨씬 더 낮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와 동일하게 사업을 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을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금 역시 전체 OTT 사업자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등 특정 기준을 넘어서는 극소수의 사업자에만 부과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OTT를 방송과 같은 서비스로 보는 것이 전 세계적 트렌드며, 미디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하에 새로운 법 제정에 나선것 일뿐,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아니며 지상파와 OTT는 다른 수준의 규제를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법 제정에 나서지도 않았고, 어떤 내용이 담길지 정해지지 않았는데 규제를 강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통위의 설명에도 OTT 사업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낮은 수준의 규제라도 없던 의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결국 규제 강화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 안그래도 음악 저작권료 인상 문제 때문에 힘들고, 콘텐츠 투자 재원 마련도 시급한 상황인데 방발기금까지 내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문체부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OTT를 포함하려 하는 데다, 지난해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영상 콘텐츠 활성화법에도 진흥뿐만 아니라 OTT 규제 내용이 포함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방통위까지 새로운 법 만들어 OTT를 포함하려 하고 범부처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 만들어서 OTT 활성화하겠다던 정부의 발언이 무색한 행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만약 국내 OTT에 재난 방송이나 장애인 방송 등의 의무를 부과했을 때 해외기업인 넷플릭스와 곧 국내 진출할 디즈니+에도 같은 의무 부과할 수 있겠냐"며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거나, 그동안 외부 반발로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마치 가능할 것처럼 적어놓은 홍보성 정책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전문가도 5기 방통위 정책과제의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한 유료방송 분야 전문가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 도입 자체는 규제 강화로 보긴 어렵지만, 법을 합치게 되면 정치적 이슈로 가버려서 통합이 어렵다"며 "기금 징수대상 확대도 라이센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풀어야할 간극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당장 이용자보호평가 등에 대한 의무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해외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