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30%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SK텔레콤의 새로운 상품을 약탈적 요금제라고 규정하며 출시 막기에 혈안이 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과 동 시형령에 따라 15일간의 심사를 진행한 후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경쟁력 있는 요금제로 5G 가입자 증가를 기대하는 마음에 신규 요금제 출시를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고객 혜택을 늘리려다 오히려 욕을 먹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5조를 보면,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이용약관(요금 및 이용조건)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공정경쟁을 막을 경우 15일 이내의 기간 동안 심사를 할 수 있다. 통신망을 도매로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보다 낮은 이용료를 받는 요금제를 선보일 경우 반려될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의 핵심인 ‘약탈적 요금제’의 기준을 규정한 항목은 없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통사가 선보인 요금제의 성격을 정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신고 요금제의 반려 여부를 위해 필요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약탈적’ 요금제를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는 명확하지 않다. 애초부터 ‘얼마 이하 가격의 요금제를 출시할 때 약탈적 요금제다’라고 규정을 해뒀더라면 지금과 같은 분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법적 미비가 혼란만 가중했다.
약탈적 가격 책정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인 부당염매(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하거나 기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이통3사와 알뜰폰업체의 2020년 11월 30일 기준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41.48%, KT 24.70%, LG유플러스 21.05%, 알뜰폰 12.77%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려면 시장점유율이 보통 절반(50%)을 넘어야 하지만, SK텔레콤의 점유율은 그 기준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망을 빌려주는 알뜰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금제라고 판단한다면, 전기통신망법에 따라 도매대가 재협상을 하면 그만이다. 신규 요금제 출시를 무조건 막겠다는 주변의 압력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가계통신비를 낮췄으면 박수를 칠 일이지 빰을 때릴 필요는 없다. 약탈적 요금제에 대한 명문화된 정의부터 세워야 한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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