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5G 요금 깎아줘도 욕먹는 이통사

입력 2021.01.11 06:00

SK텔레콤의 30%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SK텔레콤의 새로운 상품을 약탈적 요금제라고 규정하며 출시 막기에 혈안이 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과 동 시형령에 따라 15일간의 심사를 진행한 후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경쟁력 있는 요금제로 5G 가입자 증가를 기대하는 마음에 신규 요금제 출시를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고객 혜택을 늘리려다 오히려 욕을 먹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5조를 보면,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이용약관(요금 및 이용조건)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공정경쟁을 막을 경우 15일 이내의 기간 동안 심사를 할 수 있다. 통신망을 도매로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보다 낮은 이용료를 받는 요금제를 선보일 경우 반려될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의 핵심인 ‘약탈적 요금제’의 기준을 규정한 항목은 없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통사가 선보인 요금제의 성격을 정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신고 요금제의 반려 여부를 위해 필요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약탈적’ 요금제를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는 명확하지 않다. 애초부터 ‘얼마 이하 가격의 요금제를 출시할 때 약탈적 요금제다’라고 규정을 해뒀더라면 지금과 같은 분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법적 미비가 혼란만 가중했다.

과기정통부 세종 청사 / IT조선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법에는 이통사와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액이 명시돼 있다. 공시제도가 병행 시행됨에 따라 불법 여부 판단도 쉽다. 시장에서의 자율 경쟁을 막았다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단말기유통법 입법 취지는 제대로 살린 셈이다.

약탈적 가격 책정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인 부당염매(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하거나 기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이통3사와 알뜰폰업체의 2020년 11월 30일 기준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41.48%, KT 24.70%, LG유플러스 21.05%, 알뜰폰 12.77%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려면 시장점유율이 보통 절반(50%)을 넘어야 하지만, SK텔레콤의 점유율은 그 기준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망을 빌려주는 알뜰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금제라고 판단한다면, 전기통신망법에 따라 도매대가 재협상을 하면 그만이다. 신규 요금제 출시를 무조건 막겠다는 주변의 압력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가계통신비를 낮췄으면 박수를 칠 일이지 빰을 때릴 필요는 없다. 약탈적 요금제에 대한 명문화된 정의부터 세워야 한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