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받고는 싶지만 내기 싫은 방발기금 딜레마

입력 2021.01.13 06:00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선별해서 지급하자 반응이 크게 둘로 나뉜다. 지원금을 못 받는 사람들의 반발과 지원금을 받는 이들의 안도감이다. 지원금을 못 받는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만큼 혜택을 못 받는다는 억울함이 있다. 지원금을 받는 이들 중 더러는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도 낸다.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의 상황도 비슷하다.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기금을 징수하다 보니 특정 사업자가 돈을 더 많이 내기도 한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다 보니 지원금 규모가 분야별로 상이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이 대표적인 정부 운영 기금이다.

정부는 2021년 기금 사용처 중복을 피하고자 두 기금을 ICT기금으로 통합하려 한다. 하지만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혹여나 기금을 더 내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분담금 산정기준이 방송 사업자마다 달랐는데 기금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획일화하면 징수해야 할 금액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기금을 통해 지원을 더 받고 싶어 하지만, 기금을 징수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크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 비슷하다. 내가 돈을 많이 받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남이 돈을 많이 받으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이기주의 심보다.

광고매출액 기준으로 기금을 내던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방발기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금의 합리적 운용을 요청하면서 지역방송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방발기금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화한 미디어 시장에 발맞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와 네이버 등 인터넷기업 등에도 방발기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전환기를 맞아 기금 규모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재원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다. 5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요 정책과제도 방발기금 징수 대상 확대를 포함했다. OTT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해서 일부 기업을 포함하는 것이 유력하다.

OTT업계는 이같은 방통위의 움직임에 정색을 표한다. 지상파 사업자들이야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는 사업자지만, OTT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언제나 그렇듯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기금 징수대상을 확대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답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대화에 그쳐선 안 된다.

기금을 관행적으로 집행하던 것도 고쳐야 할 행정 행태다. 왜, 어떻게 예산을 집행했고, 집행한 예산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뒷말이 준다.

기금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금 통합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처럼 기금을 운용할 거라면 통합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5기 방통위에서 부디 다수가 납득할 만한 기금 운용 방법을 찾아줘야 할 이유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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