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쇼크’ 이 책은

많은 사람과 기업이 테슬라를 ‘혁신’의 상징이라 말한다. 그런데, 한 전문기자는 테슬라의 본질을 꼭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슬라는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쇼크’를 가져올 주역이라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취재했고 관련 베스트셀러 책까지 낸 그는,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자동차 업계 공룡 ‘도요타’의 그것을 뛰어넘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전문기자는 테슬라가 과거 애플과 대등한, 아니 그 이상의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본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시대의 문을 열었다. 테슬라의 저력이 단순히 전기차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테슬라는 지구에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 쇼크 / 더퀘스트
테슬라 쇼크 / 더퀘스트
테슬라는 특히 한국 산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자동차, 자동차의 원료인 석유와 에너지, 데이터와 통신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이 테슬라 등장 이후 격변할 예정이어서다. 이를 잘 대비하면 테슬라에 반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태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도 건넨다.

최원석 조선일보 경제부 국제경제기자가 낸 책 ‘테슬라 쇼크’를 읽으면, 왜 테슬라를 표현할 때 혁신에 ‘쇼크’라는 표현을 붙여야 하는지 대번에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테슬라가 바꿀 수년 후의 미래,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산업과 도태될 산업을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 경제와 산업계가 얼마나 크게 바뀔 지 추측하고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1월 13일 출간된 새 책 ‘테슬라 쇼크’. 저자 최원석 기자를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혁신이 아니라 쇼크? ‘테슬라 쇼크’의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테슬라 자동차가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테슬라, 애플과 엮인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한다. 혁신을 기대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사실 테슬라의 성공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비슷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곧 테슬라, 애플 등 미래 자동차 관련 회사들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이 때 우리가 분석하고 대처하려면 ‘테슬라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테슬라는 정말 쇼크 그 자체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산업의 5년~10년 뒤 일어날 일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라기보다는, 움직이는 거대한 컴퓨터로 봐야 한다.

2007년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었을 때 많은 휴대전화 기업들이 무너졌다. 애플 아이폰이 만든 스마트폰 시대는 우리 삶을 바꾸었다. 테슬라는 자동차판 아이폰 쇼크를 일으킬 것이다.

애플 아이폰은 통신의 영역에서만 머물렀다. 테슬라는 자동차, 그 발전형인 모빌리티 서비스, 통신과 데이터, 인포테인먼트 등을 전 지구적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한편으로는 에너지 기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각광 받을 친환경,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마저도 테슬라와 이어져 있다.

우리가 앞으로 먹고 살 거리, 모빌리티와 통신, 에너지 분야에서 테슬라가 플랫폼을 장악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산업 전반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잘 대처해야 하고, 그러려면 테슬라 쇼크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Q2. 취재 도중 깊은 인상을 받았거나 놀랐던 내용, 혹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미국 유명 엔지니어 ‘샌디 먼로’와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테슬라 모델 3를 뜯어보고, 전문가 관점에서 분석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다. 전 포드 자동차 엔지니어이기도 하며, 30년~40년간 숱한 자동차를 분해하고 경쟁력을 분석한 전문가다. 기사를 쓰려 그를 인터뷰하다 많은 충격과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계에서 오래 일했다. 100년간의 자동차의 역사를 훤히 꿰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를 ‘애플 스티브 잡스의 환생’으로 표현할 때, 그는 ‘100년 전 헨리 포드의 환생’으로 표현했다. 테슬라 쇼크 책에서도 다룬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아주 깊은 의미가 있다.

전문가란, 지금 현상을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를 꿰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속의 핵심 포인트를 현실과 어떻게 연결하는지 아는 이라고 생각했다.

또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샌디 먼로가 전기차를 보는 관점이었다. 인터뷰 당시 그에게 "당신은 평생 내연기관 자동차를 다룬 전문가인데,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고 전기차 시대가 오는 것이 섭섭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샌디 먼로는 반문했다. "나와 최원석 기자는 넥타이 없이 티셔츠 차림으로, 한밤에 화상 통화 인터뷰하고 있다. 넥타이가 없어서 섭섭한가? 옛날이 그리운가?" 나는 당연히 섭섭하거나 그립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나는 전기차 시대가 기대된다. 사람은 정체되는 순간 죽는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시대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체된다. 나는 집에서 가만히 정체되다 죽고 싶지 않다. 아직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70대 중반 나이, 내연기관 최고의 전문가의 대답을 듣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자동차 산업을 취재했다. 취재원도 대부분 내연기관 종사자다. 책을 쓰던 중 정보통신 자동차 연구 인력을 많이 만났는데, 이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고 희망도 샘솟았다.

정보통신 자동차 연구 인력 연령층은 자동차 업계에 비해 어리고,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 많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해 취재하고 공부해 책을 엮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업계의 인재와 비전, 몰리는 돈의 규모를 알고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내연기관 자동차 취재만 하다 보니, 이처럼 정보통신 및 자동차 업계가 많이 바뀐 점을 미처 몰랐다는 데에서 반성했다.

Q3. 오랜 기자 생활 가운데 테슬라를 주목, 여기에 ‘쇼크’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여 책을 낸 이유가 있을까요?

-테슬라 쇼크는 ‘시대의 요청이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서 한국과 일본, 영어권과 독일어권 자동차 잡지를 찾아 읽었다. 조선일보에 입사 후 자동차 담당으로 8년간 일하며 자동차 산업 취재도 열심히 했다.

자동차 산업은 어마어마하게 깊고 넓다. 그만큼 수많은 이들이 고용됐고, 돈과 인재와 국가적 중요성이 연결된 초거대, 최중요 산업이다. 이 산업의 양상이 최근 몇년간 급격히 바뀌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에서 ‘모빌리티’로 진화했다. 서비스와 통신, 에너지 등 많은 산업과 이어졌다.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다. 이 큰 산업이 다른 산업과 연결돼 규모가 더 커지고, 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쇼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렇기에 테슬라가 가져올 충격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이를 잘 모르는 이도 있다. 나는 글과 기사를 쓰는 사람이다. 인터뷰와 취재하며 우리에게 올 이 충격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잘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래서 이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쇼크라 이름 붙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은 석유 산업과 주로 연결됐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도 자동차다.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은 최근 100년간은 한세트로 연결돼 움직였다.

그런데,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면? 자동차가 석유 산업이 아닌, 전기 중심 에너지 산업과 한세트가 될 것이다. 이 부분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주축은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다.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우리나라의 산업 주축 모두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통신과 데이터 산업은 무사할까?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나아가 통신과 데이터 산업에까지 진출했다. 테슬라는 우주 로켓 기업 ‘스페이스X’를 가졌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기업’이라며 허황돼 보이는, 하지만, 굉장한 꿈을 가지고 이 기업을 설명한다. 그런데, 지금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에 수많은 위성을 띄우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라는 이 위성은 지구 저궤도를 돌며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기기와 지연이 거의 없는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한다. 궤도가 낮으니, 높은 궤도에 있는 기존 데이터 위성보다 통신 지연 시간이 훨씬 짧다. 스타링크 위성은 벌써 1000개 이상 쏘아올려져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다. 테슬라의 스페이스X 덕분이다.

다른 기업도 띄우면 되지 않느냐고? 지구상의 어떤 기업도 테슬라만큼 빠르게, 싸게, 수많은 위성을 동시에 띄울 수 없다. 테슬라는 2025년까지 스타링크 위성을 1만2000개 띄울 예정이다.

이 때가 되면 지구에 있는 모든 테슬라 자동차(지금은 130만대쯤, 2025년에는 1000만대쯤 예상)가 1만2000개의 스타링크 위성과 데이터 통신할 수 있게 된다. 통신 혁명을 테슬라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이동통신기업도 많은 돈과 인재를 가졌다. 하지만, 한국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래서 이 기업들도 테슬라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던, 테슬라 ‘쇼크’라고 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이유다.

Q4. 대비하고 반격하든지, 아니면 사라지든지. 전자가 되기 위해 한국 기업이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대비하고 갖출 부분이라. 지금까지 ‘어떤 것을 완료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기업은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를 대비할 능력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쓰려 많은 취재원을 만났고 기업도 분석했다. 모빌리티 산업에는 정해진 것이 없고, 또 누구도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테슬라 쇼크가 모빌리티 산업에 불러올 파장 가운데 우리 기업이 대응할 여력이 아주 많다.

우리 기업들의 리더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성과에 자만하지도 말고, 현상을 축소하지도 말라.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우리 산업을 키우고 한국의 부를 늘릴 방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Q5.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나 문장을 꼽는다면 어느 부분일까요?

-에필로그에 쓴 문장,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만들어가는 것이다"를 꼽는다. 실제로 그렇다. 세계의 어떤 기업도 미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토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CES2020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수정구슬이 있다면, 나만큼 그것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 역시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직원만 37만명이다.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 중 가장 우수한 기업이다. 미래 30년을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좋은 평가도 받는다. 그런 도요타자동차의 수장조차 미래를 읽을 수 없어 괴롭다고 고백한다.

애플도 그렇다. 애플카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전혀 모른다. 애플카가 아이폰 만큼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그 이전에 제대로 애플카를 만들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테슬라가 너무 빠르게 자신들만의 제국을 구축했다. 애플을 비롯한 정보통신, 자동차 기업은 테슬라를 어떻게 따라잡고 반격할지 그저 절치부심하고 있을 뿐이다. 결과도, 승자와 패자도 아무도 모른다.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상이 어떤지, 테슬라가 벌인 사업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앞으로 5년~10년 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하고,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그렇지 못한 일은 외부나 해외 기업과 합종연횡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 어떤 기업도 자신들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만해서도 안된다. 테슬라를 비롯한 모빌리티 산업에서 일어날 일과 벌어질 충격, 중요성을 비하하거나 축소할 필요도 없다. 담담하게 지금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한 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처하면 될 것이다.

‘테슬라 쇼크’ 최원석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최원석은

1997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문화·산업·국제부를 거쳐 경제부에서 국제경제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위클리비즈 산업팀장과 이코노미조선 편집장을 역임하며 세계의 숱한 성공 기업을 취재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 등 산업계 거목은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 문화계 거장을 인터뷰했다. 이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자동차 부문을 취재하며 이 산업의 폭과 깊이를 절감했다.

한국·일본·미국·유럽·중국 자동차 기업을 취재하고 산학연 관계자와도 만났다. 그 결과물이 2016년 책 ‘왜 다시 도요타인가’, 그리고 2018년 책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이다. 두 책 모두 당대 베스트셀러가 됐다.

매주 목요일 조선닷컴과 여러 뉴스 포털에 ‘최원석의 디코드(decode)’를 연재한다. 조선일보 뉴스레터 구독자수 1위, 구독자가 6000명이 넘는 인기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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