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어느 ISP에도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를 실질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2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넷플릭스서비시스 증인으로 참석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은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며 넷플릭스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다.

원고인 넷플릭스 측은 재판부에 어떤 ISP에도 망 이용대가(Network usage fee)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송 담당 임원은 2014년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컴캐스트와 상호접속 관련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의 조건에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의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e feee)를 지불하기로 한 동의가 포함해있다"고 진술했다. 모순된 진술을 한 셈이다.

넷플릭스가 FCC에 제출한 진술서 일부 내용. 넷플릭스 측은 컴캐스트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 FCC
넷플릭스가 FCC에 제출한 진술서 일부 내용. 넷플릭스 측은 컴캐스트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 FCC
넷플릭스 법률 대리인은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변론에서 전송료(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를 쟁점으로 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 법률 대리인은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들을 제시하며 변론했다.

이에 넷플릭스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의 핵심은 전송료 지급 사례가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국내 ISP들 처럼 전송료를 ‘강제'하고 있는지 여부다"고 말했다.

교묘한 논점 흐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다는 정황을 나타내는 증거들이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미국 ISP 계약 현황 / 글로벌 CP 관련 국내 현안과 정책 제언 (전혜숙 의원실)
넷플릭스 미국 ISP 계약 현황 / 글로벌 CP 관련 국내 현안과 정책 제언 (전혜숙 의원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해외 문건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과방위 소속 전혜숙 의원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의 ISP와 직접 접속 계약을 맺었다.

국감 위증 처벌 가능할까?

해외 문건이 사실이라면 넷플릭스는 국감에서 위증을 한 셈이지만, 국회법에 따른 위증 처벌은 어렵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이 요구하는 형태’라는 단서를 달아 자신을 변호했기 때문이다. 해외 ISP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형태로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전제했다면 위증일 수 있지만 똑똑하게 대응한 셈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 여러 차례 불러 망 이용대가 관련 의견을 들었다"며 "위증처벌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이 요구하는 형태’라는 단서를 달아 증언했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가입자 구간과 백본망 연결 구간을 다른 망으로 보고 있고 CP가 책임져야 할 가입자 구간을 우리가 책임져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국내 ISP는 이를 구분해서 보지 않고 있다보니 논란이 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위증으로 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