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SK 배터리 합의, 사실상 결렬

입력 2021.01.20 06:00

20일 가량 남은 상황에서 여전히 입장 첨예
협상 진척 없어 양사 모두 ‘판결 지켜보자’ 무게
특별한 변수 없는 한 실마리 찾기 쉽지 않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을 3주쯤 남겨두고 사실상 합의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된다.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극적 합의에 이를 것을 점쳤지만, 최근 양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말의 가능성 조차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왼쪽)·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각사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 각사는 2월 10일(현지시각) ITC의 최종판결을 끝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SK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하지 않고 있다. 판결 이후 협상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SK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합의에 적극 나설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SK도 물러서지 않는다. SK 관계자는 "소송 합의에는 명확한 근거가 중요한데 LG는 예비판결 결과가 그대로 갈 것이란 전제로 여전히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제시한다"며 "우리도 수긍할 수 있는 선이 아니면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 LG는 법적 절차에만 충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최근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BA)에 신청한 특허무효심판이 기각된 사안을 놓고 각각 2건의 보도자료를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은 2020년 5월부터 SK가 제기한 ‘LG의 양극재·분리막 특허에 대한 특허무효심판’ 2건을 12일 기각했다. 2020년 11월 6건의 소송과 합해 8건의 조사개시 청구가 모두 각하됐다.

LG는 이 소식을 알리면서 "SK가 당사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을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선공을 날렸다. SK는 "SK는 "(SK신청 두달 뒤) 특허심판원이 (ITC와 중복되면 100% 각하하는 정책 변경에 따른) 절차적 이유로 특허무효심판 조사개시 요청을 각하했지만, 본질적 쟁점에 대해 LG 특허의 무효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LG는 SK가 언급한 특허심판원의 ‘LG에너지솔루션 특허 무효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의견 중 일부만 발췌해 진실인 것처럼 오도한 것이다"라며 "무효가능성이 컸다면 조사 개시를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무효 가능성이 높지 않아 각하 결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5일 간 지속된 양사의 설전은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SK는 애초 LG가 기각된 사안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았다면 신경전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ITC 판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의도적 언론플레이를 펼쳤다는 지적이다.

SK 관계자는 "LG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의 신경을 긁는 자료를 배포한 것 같다"며 "진정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그럴 이유가 없을텐데 저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LG는 SK가 예상 합의금 규모를 놓고 의도적으로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수조원 규모로 판단되는 합의금을 SK가 지속해서 1조원 아래로 깎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합의금 산정은 미국연방비밀보호법과 최근 판례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지만 SK는 (일부 낮게 분석된 금액만 제시할 뿐)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려 한다"며 "SK가 법정에서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k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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