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이 속도 전쟁을 벌인다. 후발업체 쿠팡이츠가 라이더 위치 공유 배달 서비스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선두 업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빨리 배달되는 업체를 상위에 노출시키는 검색옵션을 추가했다.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선 셈이다. 2위인 요기요도 자체적으로 마련한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빠른 배달 경쟁을 벌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빠른배송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 없이는 시장에서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배민 라이더스. / 조선DB
배민 라이더스. / 조선DB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 45분 배달을 보장하는 ‘번쩍 배달' 론칭에 이어, 최근 앱 업데이트를 통해 상단 검색란에 ‘배달 빠른순'과 ‘배달팁 낮은순'을 추가했다. 앱 이용자는 음식이 빨리 배달되는 매장 혹은 배달비를 덜 낼 수 있는 매장을 선택할 수 있다.

배민은 이번 빠른 배달 검색 옵션 추가가 앱 이용경험을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앱에서 볼 수 있는 순서 조건이 추가된만큼 이용자 선택권이 강화돼 더 다양한 조건으로 식당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20일 배민 한 관계자는 "빠른 배달에 대한 치열한 시장 경쟁상황에서 이용자가 보다 쉽게 원하는 조건의 매장을 찾을 수 있게 바꾼 것이다. 매장 점주 입장에서도 새로운 정렬방식을 통해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울트라콜' 등 광고상품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배민에 따르면 ‘배달 빠른순' 등 검색 옵션을 적용하면 광고없이 빨리 배달되는 순서로 매장이 정렬된다. 배민 입장에서는 매장당 월8만8000원의 광고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는 당장의 수익감소보다 서비스 품질을 높여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앱을 만들고 서비스해야 경쟁력이 유지되고 주문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긴 시야로 바라보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식당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빠른 배달 경쟁으로 인한 라이더 안전 문제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배달예상시간은 음식 조리시간, 업주가 현재 이용 중인 배달대행업체의 배차·픽업 예상 시간, 현재 주문 상황, 도로교통상황, 고객 위치 등을 감안해 각 업소 상황에 따라 업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며 "점주가 배달대행 라이더에게 빠른 배달을 재촉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민앱 개편으로 인한 배달속도 경쟁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30%쯤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요기요의 경우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적용한 ‘익스프레스’를 도입해 배달시간을 단축시켰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에서 시작한 자체 배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 올해 6월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맛집' 등을 상대로 주문 접수부터 배달대행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회사에 따르면 AI 배차 시스템을 통해 20~30분쯤의 빠른 배달을 실현했다.

쿠팡이츠의 경우 AI 기술과 쿠팡의 물류 관련 노하우를 접목해 이용자와 라이더를 1 대 1로 자동 배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명의 기사가 한 건의 주문만을 처리하기 때문에 빠른 배달이 가능하다.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의 위치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능은 쿠팡이츠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배달업계는 빠른 배송을 위해 라이더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배민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 계약을 맺은 라이더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아르바이트 개념의 ‘배민 커넥트' 라이더는 5만명이 등록했고, 이 중 1만명쯤이 실제 배달업무를 진행 중이다.

업계 2위 요기요는 1000명쯤의 익스프레스 라이더를 보유했다. 6%대 점유율로 업계 3위로 오른 쿠팡이츠는 건당 2만원쯤의 비싼 배달료를 라이더들에게 쥐어주는 방식으로 최근 많은 수의 배달원을 확보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