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삼성·현대차 배터리 협력 제동

입력 2021.01.21 06:00

배터리 업계의 기대를 모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간 차세대 배터리 협력에 제동이 걸렸다. 대규모 투자를 지휘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함께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액체의 전해액이 아닌 고체의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 안전 관련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물질을 채울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일본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먼저 치고나가는 반면 K배터리의 미래 경쟁력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각사
서울고등법원은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됐다.

총수의 구속 소식에 배터리 자회사인 삼성SDI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을 대상으로 각각 검증을 마치고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아 시장 판도를 바꾼다는 목표지만, 드라이브를 본격화 할 수 있는 현대차와 협업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2020년 5월과 7월 두 차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차 부문 협력 가능성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가장 근접한 삼성SDI의 기술을 활용하고, 삼성SDI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그림을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SDI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3차 배터리 공급사 입찰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선정을 눈앞에 뒀다.

재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는 넉넉한 개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기술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총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과 현대차 간 협력이 좌초되는 일은 없겠지만 드라이버 역할을 할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라이벌인 일본 파나소닉-도요타자동차 연합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총 17조원을 투자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2021년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과 대만도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한국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이 늦춰지면서 미래 배터리 주도권이 경쟁국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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