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는 20일 변광윤 대표 후임으로 전항일 이베이재팬 대표를 선임했다. 이베이 본사는 공교롭게도 전항일 대표를 선임한 당일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전 대표의 이베이코리아 복귀는 회사의 매각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이베이 측의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베이가 원하는 매각가는 5조원 규모다.

전항일 대표는 이베이가 큐텐을 인수한 직후인 2018년 신임 대표로 임명했던 인물이다. 전항일 신임 이베이코리아 대표는 일본 현지 온라인 쇼핑몰 ‘큐텐(Qoo10)’의 매출을 2년만에 두 배 이상 늘리는 공을 세웠다.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왼쪽)와 구자연 이베이재팬 대표 / 이베이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왼쪽)와 구자연 이베이재팬 대표 / 이베이
큐텐은 일본에서 화장품과 패션상품 전문몰로 통한다. 매출 기준으로 라쿠텐, 아마존, 야후쇼핑을 잇는 4위 e커머스 업체다. 이베이재팬에 따르면 큐텐 소비자 중 2030세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며, 쇼핑몰 회원 수는 1600만명이다.

2018년 이베이에 인수된 큐텐은 이듬해인 2019년 거래액 기준으로 4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지 유통업계는 큐텐이 2019년 현지 e커머스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큐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에도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성장 포인트는 판매수수료가 높은 화장품과 패션상품에 집중한 데 있다. 또 구글과 야후 광고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은 것이 아닌 소비자에게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높였다. 2020년에는 유튜버를 활용한 타겟 마케팅으로 신규 이용자를 착실히 늘려갔다. 모두 전항일 대표의 작품이다.

유통업계는 이베이코리아와 같은 오픈마켓 사업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연간 1조원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비교하면, 이베이코리아 쪽 성장세가 쿠팡에 미치지 못한다. SSG닷컴, 롯데온, GS리테일·홈쇼핑 합병 법인 등이 가세하며 한국 e커머스 시장이 더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구자연 전 이베이코리아 실장이 이베이재팬 대표 자리에 올라섰다. 구 대표는 현지 매체 마이나비를 통해 "큐텐의 2021년 전략은 지난해와 전체적인 방향성 면에서 같다"며 "큐텐의 강점인 뷰티와 패션을 더 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