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제작 공정에서 적용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톱텍 전 대표 등 관계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3년간 끌어온 법정 다툼이 일단락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21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 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톱텍 전 대표 A(53)씨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던 톱텍 등 법인 2곳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A씨 등은 2018년 4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받은 플렉서블 OLED 엣지 패널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이자 영업비밀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B 업체에 유출한 뒤 일부를 중국 업체 2곳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5∼8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받은 도면 등으로 3D 라미네이션 설비 24대를 B 업체에서 제작한 뒤 중국 업체에 16대를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이 기술은 엣지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만들 때 유리와 패널을 하나로 합착하는 모듈 공정을 말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스마트폰의 양끝 곡면 디자인을 구현할 때 사용되는 공정으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검찰은 위장회사인 B업체가 155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봤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영업비밀로 특정된 정보는 특허로 공개됐거나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었고, 상당수 설비 기술개발에 톱텍이 개발·제안한 부분이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톱텍이 단독으로 위 정보를 사용해 설비를 제작·판매했더라도 위법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 간 비밀유지 계약이 맺어져 있지만, 비밀유지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며 "개발 과정에 함께 관여해서 만들어진 기술에 대해 비밀을 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기술개발에 6년간 38명의 엔지니어와 1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