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두고 과거 민주당 환경 정책의 핵심 인사를 영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배터리 2공장 건설 자금도 친환경 관련 채권을 활용해 긴급 수혈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의미있는 메시지다. 조지아주에 신규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과 재판 결과에 따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도 관전 포인트다.

SK이노, 민주당 인사 캐롤 브라우너 자문위원 위촉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캐롤 브라우너(사진)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브라우너 자문위원 위촉 이유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과 치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에 앞서 분위기 반전용 회심의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ITC의 판결일은 2월 10일이다.

브라우너 위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환경보호국(EPA) 국장을 역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실 디렉터로 일한 환경정책분야 글로벌 전문가다.

SK이노베이션은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브라우너 위원이 미 배터리 사업 확장 과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 행정부에서 두 차례나 일한 그의 이력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서 목소리를 내는데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에너지·인프라에 2조달러(226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강력한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인사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물론 법무·대관 분야 브라우너 위원의 활약을 기대한다"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발휘되길 바랄 것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에 배터리 2공장 건설하는 SK이노, 신규 채용 인력은 무려 2600명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 배터리 제2공장 건설 투자금 조달을 위해 7억5000만~10억달러(8150억~1조8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도 발행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1월 말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달러화 그린본드를 발행한다. 그린본드는 발행 목적이 친환경 관련 투자로 제한된 채권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다. 1·2공장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19.7GWh 수준에서 100GWh까지 늘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3위 내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잭슨카운티는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직접적 경제 파급효과 외에 향후 5년 간 신규 고용으로 4290억달러(480조원) 규모의 임금 창출과 이에 기반한 1만개의 지역 내 신규 일자리가 추가로 파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말 1000명, 제2 공장 양산이 시작되는 2023년 말에는 2600명의 현지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페이스북
조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페이스북
공화당 텃밭 조지아서 승리한 바이든, ITC 판결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경제적 영향력이 커질 수록 ITC 판결 관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있다.

조지아주는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2020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밑거름이 된 조지아주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감안해야 하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따라 포드, 폭스바겐 등 미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투자를 유치하려면 배터리 공급사에 대한 의존은 필수적이다"라며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조기패소를 유지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0일 ITC 최종판결이 나온 후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