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도 없는 수장 탓에 콘텐츠 강국 경쟁서 뒤처질수도"

‘친(親)게임 행보’를 보이던 박양우 장관의 뒤를 이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에 정치권과 게임업계에는 그의 전문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황희 후보자 / 국회
황희 후보자 / 국회
그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동산 관련 직책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는 서울 양천구갑 지역 국회의원(재선)으로 국토교통위원회에 이어 국방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경력이 없는 황희 의원이 문체부 장관으로 낙점된 것은 두고 ‘친문 코드 인사’라고 비판한다. 전문성보다는 계파나 이념만을 봤다는 것이다. 황 후보자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로, 지금은 해체된 친문(親文) 모임인 ‘부엉이 모임’에 몸담기도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황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문체부에서 문화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분야 문화콘텐츠가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콘텐츠 강국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수장을 맡는다면 선진국 대열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되도 않는 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권 말년에는 레임덕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이 말을 듣지 않아 정치권 인사를 보내 강하게 이끌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래도 연관성, 관련 경력이 하나도 없는 인사를 보낼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이해도가 없는 장관의 말을 공무원이 들을지 의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게임 업계는 그가 아직 보여준 것이 없어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그가 게임 업계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또 조용히 ‘생소한 인물’인 황 후보자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업계에는 판호·게임법 전부개정안,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은데, 장관의 전문성이 부족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부동산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게임 문화 박물관 건립이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문화박물관 설립을 위해 내놓은 보고서는 단순 오타부터 사실관계 오류가 다수 발견돼 ‘졸속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대감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황 후보자의 전문성에 아쉬움은 있으나, 청와대가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만큼, 장관에게 얼마나 게임 업계의 중요성을 각인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 학회장은 또한 장관이 바뀌면 그의 생각과 철학에 따라 부처 현안 우선순위가 기존과는 바뀌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예전 도종환 장관도 게임을 잘 몰랐지만, 주변에서 끊임없이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장관 간담회나 업계, 학회의 활동 등에서 게임 업계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