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도입이 가속화된다. 미국이 배달로봇 상용화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실증 실험을 진행한 한국과 일본도 배송업무에 로봇에 투입한다.
배달로봇에 대한 시장 수요는 상당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배달로봇이 각광받는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배달로봇의 전체 배송물량 처리 비중은 20%를 차지하고 시장 규모는 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뉴로(Nuro)’, ‘스타십(Starship)’ 등 고성능 배달로봇을 제치고 REV-1이 주목받은 까닭은 자동차 도로가 아닌 사람이 걷는 보도와 좁은 골목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배달로봇은 ‘자동차'로 분류됐기 때문에 차도로만 이동해야 했지만, REV-1은 삼륜 전기 자전거로 분류돼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배달로봇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받는 제작비용도 앞서 나온 고성능 배달로봇 대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배달로봇을 투입한 스타십테크놀러지는 4000만달러(441억원)를 투자받아 올해까지 미국 현지 100개 지역과 영국으로 배달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2일 배민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혹은 늦어도 하반기에 개량형인 ‘딜리 드라이브Z’를 실전 투입시킬 예정이다. 딜리 드라이브Z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앞까지 배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해당 로봇은 투입시기에 맞춰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GS리테일과도 손잡고 배달로봇을 만들었다. GS25 편의점 상품을 배송해 주는 배달로봇 ‘딜리오'도 딜리 드라이브Z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로봇은 현재 LG사이언스파크 GS25편의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올해 GS타워와 파르나스타워 등지에 위치한 편의점에도 딜리오 로봇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증실험에 나선 배달로봇이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로봇은 규제와 비용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부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에서 제시한 2025년 이후쯤이 돼야 실제 생활공간에서 배달로봇을 자주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산자원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로봇 전문기업 20개를 육성하고 국내 시장규모 2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배달로봇과 관련해 새로운 승강기 안전부품 안전기준을 제정한다. 현재 승강기 정상운전 제어를 위해서는 버튼 또는 접촉조작, 마그네틱 카드 또는 이와 유사한 장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돼 있어 무선통신을 이용해 층수를 입력하는 제어가 불가능하다. 2025년에는 보도통행 안전성이 확보된 것을 전제로 예외조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이 배달로봇 활용처를 식품 배송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폭증하는 택배 수요 해결에 중점을 두고 로봇 실증실험을 진행 중이다.
택배물량은 증가했지만 택배배달원 수는 제자리다. 인당 택배물량 배정수도 그만큼 증가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택배 배달을 위해 수취인 집을 다시 방문하는 ‘재배달율'이 높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경우 다시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택배 재배달율은 2020년 기준 13%쯤이다. 배달해야 될 물건도 많은데 다시 물건을 배달해야 하니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본우편은 지난해 10월 현지 로봇벤처 ZMP가 개발한 택배 배달로봇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택배사업을 진행 중인 야마토홀딩스와 SG홀딩스도 실험에 참가했다. ZMP의 택배 배달로봇 ‘데리로'는 길이와 높이가 100㎝ 폭 66㎝로 작은 편이다. 레이저 센서와 카메라로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를 피해가며 물건을 배달한다.
일본 대표 e커머스 라쿠텐과 아마존도 택배 배달로봇 실험을 진행 중이다. 라쿠텐은 현지 대형마트 세이유와 손잡고 배송실험을 진행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