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락에도 눈독들이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밀레니얼·Z세대 비트코인 선호하자 자본시장 유입

전통 금융에만 관심을 높이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에 주목한다. 고객 연령층이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로 변화하면서 이들을 자본시장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거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에도 이들이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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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비트코인 선물을 투자적격 대상에 포함했다. 두 개의 펀드 기초자산에 비트코인 선물을 편입시킬 계획이다. 8조7000억달러(약 957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이 비트코인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록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자산운용사의 시선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블랙록은 2018년도만 해도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비트코인이 점점 상승세에 접어든 2020년에는 비트코인의 수요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자산군 가운데 일부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블랙록이 처음으로 고객에게 가상자산을 노출시킴으로서 비트코인을 새롭게 시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풀이했다.

비트코인에 흥미를 보인 곳은 블랙록 뿐이 아니다. 블랙록 다음으로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뱅가드는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꼼꼼히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뉴욕멜론은행과 씨티은행,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업체 심바이온트와 협업해 블록체인상에서 디지털자산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마쳤다.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만 전담으로 취급하는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홀딩스를 설립하는 등 디지털 자산 사업에 적극이다. 이 운용사는 비트코인이 ‘가치의 저장’ 측면에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기관 고객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트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3년 설립된 디지털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전례 없는 속도의 성장세를 기록한다. 비트코인 신탁 펀드(GBTC)를 주축으로 한 가상자산 전문 투자 서비스 덕이다. 이 서비스는 특히 기관에 인기다. 그레이스케일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운용자산은 2020년 18억달러(약 1조9776억원)에서 최근 247억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GBTC에 흥미를 보인 기관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4분기에만 3조원 이상이 유입됐다. 그레이스케일은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4분기 기관 투자자 비중은 93%로, 총 30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자산으로 부상하고, 투자자 연령대도 가상자산을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