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텔코(통신 기업)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로 거듭나기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을 영입해 KT를 AI 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재와 판교, 분당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R&D) 상생 삼각벨트를 구축해 AI 인재 양성과 관련 산업 생태계도 지원한다.

왼쪽부터 데니스 홍 교수, 한보형 교수, 배순민 박사, 이상호 총괄 / KT
왼쪽부터 데니스 홍 교수, 한보형 교수, 배순민 박사, 이상호 총괄 / KT
KT, 로보틱스·AI 석학 영입

KT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자문으로 영입했다고 25일 밝혔다.

데니스 홍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젊은 과학자상과 GM 젊은 연구자상,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교육상 등을 받은 석학이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버지니아공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및 로멜라(RoMeLa) 로봇연구소장을 거쳐 현재는 UCLA 로멜라의 로봇매커니즘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홍 교수는 KT의 로보틱스 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구현모 대표의 뜻에 공감해 KT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KT 로봇 사업에서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로봇 스타트업 대상 공모전에서 심사와 컨설팅 등 국내 로봇 산업의 시장 파이를 키우는 역할도 맡는다.

딥러닝 및 AI 영상인식 기술 자문으로는 한보형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위촉됐다. 한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 취득 후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구글이 선정한 AI 집중연구어워즈를 받은 후 현재까지 3년째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AI 최신 기술 연구개발 및 딥러닝 연구, AI와 기계학습 관련 사회·윤리 이슈를 해결하는 기술개발 방향 등에서 자문역을 담당한다. KT가 글로벌 AI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가도록 도울 예정이다.

AI2XL연구소장에는 1980년대생인 배순민 박사가 이름을 올렸다. 배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컴퓨터사이언스학과 졸업 후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테크윈과 네이버에서 로봇, CCTV, 비디오, 아바타 AI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배 박사는 KT 융합기술원 내 신설되는 AI2XL연구소장으로서 AI 1등 기술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비전 AI(인간의 시각 인식 능력을 재현한 AI) 전문가로서 KT AI 총괄 전략을 담당한다. KT가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AI·DX융합사업부문 AI 로봇사업단장으로는 이상호 ABB코리아 총괄이 영입됐다. 이 총괄은 ABB코리아에서 로보틱스사업부를 거쳐 사업부 총괄을 역임했다. KT에서는 AI 로봇사업 BM과 상품개발을 담당한다. 고객 삶을 변화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KT의 신성장동력 확보도 노린다.

양재, 판교, 분당으로 이어지는 KT R&D 삼각벨트 예상 조감도 / KT
양재, 판교, 분당으로 이어지는 KT R&D 삼각벨트 예상 조감도 / KT
판교 신사옥 중심으로 ABC 분야 생태계 육성

KT는 판교에 들어서는 신사옥을 중심으로 양재-판교-분당에 R&D 상생 삼각벨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벤처·스타트업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디지털 뉴딜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을 AI를 중심으로 한 첨단 ABC(AI,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 요람으로 키울 예정이다.

경기 성남 수정구에 들어서는 KT 판교 신사옥은 2022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입주는 2023년 1분기를 내다본다. KT 미래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장소로서 벤처·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상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KT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자 해당 오피스 공간을 최대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한다. 판교 신사옥 전체 업무공간의 20% 수준이다. KT는 IT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이 밀집한 판교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회도 적극 제공한다. 기업 간 네트워크 활성화 유도, KT의 ABC 사업 연계 컨설팅 등 벤처 및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KT의 R&D 사업을 전담하던 KT 우면연구센터는 미래 성장 산업을 선도할 기반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판교 신사옥에 입주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5G 오픈랩 등 테스트베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입주사와의 연구 교류로 글로벌 수준의 R&D 성과를 도출하는데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KT 본사 타워는 AI 원천 기술 확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세대 AI 영상음성 인식 및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 데이터 인텔리전스 등을 지원한다. KT 직원뿐 아니라 판교에 입주할 벤처·스타트업을 포괄하는 사내외 AI 인재 양성 교육 특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는 세계적인 AI 석학과 첨단 기술에 혁신성을 배가하고, 신사업 이해도를 높여 1등 디지코로 도약하겠다"며 "판교, 분당, 양재로 이어지는 R&D 상생 삼각벨트가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승수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