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TSMC 등과 추가 생산 여부 논의
독일, 미국, 일본 등 요청 이어져

세계적인 자동차 반도체 부품 부족현상이 산업계를 넘어 외교분야로 번져나간다. TSMC와 UMC 등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에 각국 정부가 반도체 증산 요구를 요청한다. 대만정부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TSMC 본사 전경 / IT조선 DB
TSMC 본사 전경 / IT조선 DB
25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020년 말부터 독일을 비롯한 복수의 국가에서 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자국 내 반도체 기업에 자동차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다. 현지 외신들은 지난 주말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이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고 차량용 반도체 추가생산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와 UMC의 결정에 주목한다. 두 회사의 반도체 생산량을 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TSMC는 자동차용 반도체 증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 적극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을 늘리거나, 다른 반도체 생산을 줄여가면서까지 차량용 반도체에 힘을 싣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만 경제부는 TSMC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재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지만, 생산공정을 최적화하면 (생산량을)추가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증산이 가능하다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대만측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페터 알트하이머 독일 에너지경제부 장관이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다수의 외신들은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지난해 ‘중국산 부품' 사태와 유사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등 직격탄
한국 제조사도 안심할 수 없어

TSMC에 달하면 2020년 회사 매출 중 자동차용 반도체 비중은 3%에 그쳤다. 스마트폰(48%), 고성능칩(33%)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2분기부터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TSMC는 잉여 생산력을 다른 분야로 이미 옮긴 상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반도체 공급은 이미 잔뜩 움추러든 상황이다. 대형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콘티넨탈과 보쉬도 연초부터 반도체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시인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 1분기에만 10만대 이상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링 해치백 ‘골프'도 한 달 가량 생산을 중단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포드는 반도체 재고 부족으로 켄터키 공장을 1주일 정도 멈췄다. FCA도 캐나다 온타리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을 1주일간 멈춰 세웠다. 도요타는 미 텍사스 공장에서 픽업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혼다는 1월 중국에서만 5만여 대의 생산 지연을 겪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 제조사들도 반도체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1~2개월 정도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확보, 당장 감산을 고려하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자동차 경기 회복세를 고려했을 때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GM, 르노삼성 등도 현재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한국GM의 경우 주말 특근을 취소하는 등 조금씩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