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최근 애플 아이폰12 시리즈 일부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가 차기 아이폰 시리즈에 공급 비중을 늘려 삼성디스플레이(이하 삼성), LG디스플레이(이하 LG) 등과 3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품질 테스트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애플이 BOE를 제3 공급사로 택한 것은 회사의 OLED 품질이 삼성 및 LG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LG는 BOE의 습격에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9년 아이폰11 프로부터 확고한 제2 공급사로 자리잡은 만큼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다. 애플이 공급사로부터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공급 비중을 적절히 분산할 것이란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시리즈 대부분에 OLED 패널이 들어가는 만큼 공급선이 나뉘더라도 삼성과 LG가 기존에 공급해온 파이의 크기는 커졌다"면서도 "향후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은 LG와 BOE 간 경쟁 보다는 1위 삼성의 비중 감소 가능성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이 탑재된 애플 아이폰12 / 애플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이 탑재된 애플 아이폰12 / 애플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 가운데 5.4인치 아이폰12 미니·6.1인치 프로·6.7인치 프로 맥스를 삼성에, 6.1인치 아이폰12는 LG를 통해 OLED 패널을 공급 받았다. 4분의 3에 가까운 물량을 삼성에 의존한 셈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삼성 비중을 줄이고 LG와 BOE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격 협상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2017년 첫 출시한 OLED 스마트폰 ‘아이폰X(텐)’의 패널 공급을 삼성에 100% 의존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OLED 패널을 생산하는 LG와 BOE와 공급을 지속 타진했다. 2020년에는 아이폰11 시리즈의 판매량 저조로 약속한 물량을 납품하지 못한 삼성에 9억5000만달러(1조1500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했다. 공급선 다변화의 명분이 확실해졌다.

삼성은 독점하다시피 한 아이폰 패널 공급 비중이 줄어드는 그림이 탐탁치 않다. 공급사가 셋으로 나뉠 경우 패널 납품가 하락은 기정사실화 된다. 그동안 맺은 위약금 계약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 패널 단가를 아이폰X이나 XS 시리즈 대비 낮춘 것으로 안다"며 "아이폰 13 시리즈에서는 같은 기종 패널을 복수 기업이 나눠 공급하는 그림도 가능해 애플의 협상 우위가 뚜렷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