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게임 이용자, 3N 사옥 앞 전광판 트럭 시위 벌여
업계 "트럭 시위에 부담 느껴, 향후에도 계속 될 것"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시작한 게임 업계 ‘트럭 시위’ 열풍이 점차 업계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용자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과도한 이용자의 요구가 나올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위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사옥에 각 사 게임 이용자가 전광판 트럭을 보내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시위는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 다수가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전광판을 단 트럭 운전사를 고용, 해당 게임사 사옥에 이를 보내 항의하는 행위다.

최근 넷마블(위),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배치된 시위 트럭 차량의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넷마블(위),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배치된 시위 트럭 차량의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원래 트럭시위는 JYP나 SM엔테테인먼트 같은 연예 기획사에서 주로 볼 수 있던 광경이다. 연예인 팬덤이 소속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11월에 e스포츠 구단 T1 팬덤이 코치 영입과 선수 스케줄 문제에 항의하면서 트럭을 보낸 이후, 게임 업계로 건너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트럭 시위가 이용자 사이에서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는 상황으로, 향후 트럭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광판 트럭이 사옥 앞에 돌아다니는 것은 확실히 부담스럽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다"며 "앞으로 게임사에 더 많은 트럭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는 ‘트럭 주의보’가 발령됐다. 뿔난 이용자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넷마블은 이용자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과문을 7차례나 게시하고, 2월 6일에 간담회를 개최해 소통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박영재 넷마블 사업본부장은 사태 수습 후 직책을 내려놓을 뜻을 밝혔다.


이용자 간담회 개최, 게임 콘텐츠 개선… 3N, 트럭 민심 되돌리려 노력 중

게임 운영을 담당하는 한 회사는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용자와 불필요하게 접촉하지 말라"고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최근 블라인드 등 익명 앱에서 게임 업계 종사자로 추정되는 인물 다수가 이용자를 도발하는 언행을 일삼아 이를 경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도 21일 프로야구 H2의 개선 사항과 사과문을 공개했다. 넥슨은 27일 바람의나라 연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가 등장하는 영상과 공지문을 공개했다. 이 디렉터는 거듭 사과하면서 게임 개선사항을 안내했다.

권영식 대표의 사과문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카페
권영식 대표의 사과문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카페

이용자의 오랜 불만이 트럭시위 형태로 표출… ‘선 넘는’ 요구 시위 목적 흐릴까 우려

관련업계는 이용자가 그간 쌓아뒀던 불만이 트럭 시위 형태로 표출됐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럭 시위는 게임 이용자가 애정과 아쉬움을 표출하는 색다른 방법이다"라며 "이용자들은 더 적극적인 대처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가 소비자로서 요구하는 흐름 중 하나다"라며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해야 하는 게임사가 이용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면 좋은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가 트럭 시위를 통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게임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게임 이용자가 트럭시위와 함께 게임의 근본적인 시스템이나 설계에 관한 부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가 당연히 게임사에 피드백을 줄 수는 있지만, 게임사의 고유 권한이나 제공자로서 해야 할 일 등을 너무 침해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시위의 목적이 다소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는 제작단계부터 통계 등 객관적 수치를 활용할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신중하게 기획하고 만든 것이다"라며 "이용자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게임 내 밸런스나 설계 같은 부분은 개발진의 의도가 담겨있는 만큼 이용자가 이해하고 넘어갈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