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⑮나만의 홈카페를 즐겨보자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1.01.29 06:00

    가정이나 직장에서 직접 커피 원두를 분쇄하고 핸드드립으로 추출하여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마실 때마다 매번 원두를 소량씩 분쇄하여 커피를 내리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커피 원액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갓 내린 커피와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물의 양, 물의 온도, 추출 시간, 커피의 분쇄 정도, 커피볶음도 등의 다양한 조건을 따져야 한다. 이 조건들은 커피 원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커피는 물을 이용해서 성분을 뽑아내므로 사용하는 물의 양이 아주 중요하다. 중볶음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의 양을 살피기 위하여 사용하는 커피 양에 5배, 8배, 12배의 물양을 비교하며 추출해 보았다.

    물양이 사용하는 커피가루의 5배로 적을수록 단맛과 적당한 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나타났다. 그러나 커피맛 성분이 미약하게 추출되어 농도가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커피를 우려내는 시간을 다소
    길게 가져가야 한다.

    반면에 사용하는 물의 양을 커피가루의 12배 정도 사용하면 커피의 쓴맛과 날카로운 신맛까지 왕창 추출되어 후미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추출 시간까지 길어지면 아주 쓰고 거친 목넘김으로 후미까지 좋지
    않게 느껴졌다.

    아래의 표는 커피 추출액량과 추출 시간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좌표에서 앞자리 숫자는 추출 시간을, 뒷자리 숫자는 추출액량을 의미한다. 추출한 커피에서 쓴맛과 함께 나타나는 날카로운 신맛, 또 단맛은 어떨 때 나타나는지를 좌표로 나타낸 것이다.

    추출액량이 많다는 것은 물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 표에 의하면 똑같이 30초의 추출 시간을 가졌어도 추출액량 200ml 커피가 추출액량 100ml 커피보다 쓴맛과 날카로운 신맛이 강하게 나타났다. 즉 물을 많이 사용할수록 쓴맛과 날카로운 신맛이 도드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추출액량이 25ml 로 동일하여 쓴맛과 신맛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추출 시간이 150초, 240초, 300초로 길어질수록 단맛이 더 강하게 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커피 추출 조건을 염두에 두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추출이 손쉬운 침지도구인 클레버드리퍼 큰 사이즈를 사용하여 여러 잔의 커피를 한꺼번에 추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중간볶음도의 커피 100g을 중간분쇄((7~10mm)하여 준비한다. 통상 원두 15~20g으로 커피 한 잔을 만들므로 원두 100g은 커피 6~7잔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물 400g을 사용하여 6분 이상의 시간
    동안 추출할 예정이다. 만일, 물 450g으로도 추출해 보면, 또 다른 향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커피가루를 사용하여 커피 성분을 뽑아내야 하므로 만일, 물 양을 많이 사용하면 나올 성분이 많아져 원하지 않는 맛까지 모두 추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용하는 커피 양이 많아질수록 사용하는 물 양은 조금씩 줄여줄 필요가 있다.

    물 양은 사용하는 커피가루 양의 4배나 4.5배로 실험해 본 결과, 후미에 남는 여운이 차이 나서 4배에 해당하는 400g 물을 사용한다. 또 커피에 닿는 물의 온도를 유지시켜주기 위하여 반드시 막 끓인 물을 사용한다.

    만일, 커피볶음도와 분쇄도가 달라지게 되면 또 변화를 꾀해야 한다. 볶음도의 차이에 따라 분쇄정도를 달리해야 하고 물 온도에 의해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 추출 시간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약볶음 커피는 강볶음 커피에 비해 커피조직의 밀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물의 침투가 용이하도록 분쇄도를 가늘게 조절하고 물의 온도도 높여주어야 한다. 반면, 강볶음 커피는 커피조직이 약하여 부서지기 쉬워 물이 아주 쉽게 침투된다. 따라서 분쇄도를 굵게 조절하고 물의 온도도 낮춰주어야 한다.

    또, 커피의 단맛과 성분을 조금 더 뽑아내기 위해서 추출 시간을 길게 유지시켰고 물 붓는 횟수도 2회로 나누어 시행했다. 1차로 끓인 물 200g을 먼저 붓고 2분을 기다린 뒤, 다시 끓인 물 200g을 더 부어 6분까지 기다렸다. 이때 4분부터 2분간 휘저어주며 강한 추출을 유도하였다. 총 6분이 지나면 클레버드리퍼 속의 커피 전체를 흔들어 한 번 더 자극을 준 후 컵 위에 올려 원액을 뽑아내었다.

    최종적으로 250~255g 정도의 커피 원액이 추출된다. 이렇게 추출된 원액의 추출농도(TDS, Total Dissolved Solids)는 약 4.5~4.6 정도이고 추출수율은 약 11~12% 정도이다.

    추출농도(TDS)는 용액 속에 녹아있는 고체(무기물)의 총량을 말하고, 추출수율은 사용한 커피로부터 추출된 고형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 Specialy Coffee Association)에서는
    이상적 추출수율로서 18%~22%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번 실험한 결과 필자의 입맛에는 중약볶음과 중볶음의 커피를 사용할 때에는 추출수율을 12% 이하에 맞출 때 신맛이 자극적으로 튀지 않고 단맛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맛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취향의 문제이므로 추출수율을 높이고 싶으면 분쇄도 크기를 줄이고 물양과
    추출시간을 더해 주면 된다.

    이렇게 추출된 원액 약 30~40g(밥수저 2스푼 정도, 선호도에 따라 농도를 조절하면 된다.)을 머그잔에 담아 200ml 정도가 될 때까지 따뜻한 물을 더하여 마시면 된다. 단맛이 풍부한 마일드한 커피가 완성된다. 나머지 원액은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원액에 물을 부어 희석하여 마시면 된다.

    요즈음 휴대용 드립백을 이용하여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휴대용 드립백으로 커피 한 잔을 만들 때에는 커피의 볶음도를 먼저 살펴야 한다. 강볶음인 경우 물 온도를 90℃ 전후로 낮추고, 중약볶음인 경우에는 물 온도를 97℃ 이상으로 높여서 추출하는 것이 좋다.
    물은 여러 번 나누어 부어준다. 처음에는 마른 커피가루를 적셔주는 정도로 붓고 약 30초 정도 잠시 뜸을 들이는 시간을 준다. 그다음, 2차와 3차로 물을 붓는다. 최종 추출액량은 컵의 1/3 정도를 넘지 않도록 추출한 후 물을 더 부어 마시면 깔끔한 커피가 된다.

    최근에는 (주)가비와 대전보건대학 벤처기업인 (주)마르스의 합작으로 개발된 진동 드립머신도 출시되었다. 핸드드립으로 추출할 때 일정한 맛을 내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고 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추출 시 강한 진동이 가해지므로 한 잔에 20~25g의 커피를 사용하는 것보다 적은 양인 12g으로도 추출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한 번에 쉽게 10잔까지 만들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진동드립머신
    커피 추출법은 다양하며 정답은 없다. 다만, 내 입맛에 따라 나만의 추출법을 만들어 놓으면 어디든지 적용하기 쉬워진다. 어떤 커피로 추출하든지, 또 어떤 홈카페 도구를 사용하든지 내 추출법에 따라 약간씩 변화만 주면 언제라도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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