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400만대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테슬라, 니오 등 신생 업체는 물론 내연기관 대표 주자들도 대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제이제이모터스와 같은 신생업체도 속속 명함을 내민다. IT조선은 전기차 및 관련 부품 시장에 대해 4회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전망을 분석한다.

전기차가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2020년 친환경차 수출물량은 총 27만6439대, 이 중 전기차는 12만1825대로 비중이 44.1%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이 강화되면서 해외 친환경차 판매의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옮겨온 덕분이다.

2020년 가장 많이 수출된 국산 전기차 기아 니로 EV / 기아
2020년 가장 많이 수출된 국산 전기차 기아 니로 EV / 기아
국산 전기차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60.1% 급증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업 EV볼륨즈는 2020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를 324만대로 추산했다. 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8.5%에 불과하다. 세계 자동차 5대 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위상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올해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신형 전기차를 올해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쌍용자동차는 경영 정상화의 선봉에 브랜드 최초 전기차 E100(프로젝트명)을 세운다.

전기차 선호도, 친환경성 넘어 브랜드 파워로

1월 26일(미 현지시각) 테슬라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2020년 전기차 생산대수는 50만대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7억2100만달러(79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테슬라는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테슬라 모델Y / 테슬라
테슬라 모델Y / 테슬라
글로벌 마케팅 기업 인터브랜드는 2020년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를 127억8500만달러(15조원)으로 평가했다. 현대차에 근소하게 뒤진 글로벌 자동차 6위다. 이 기간 테슬라가 50만대를 판매했고, 현대차는 374만대(내연기관차, 친환경차 포함)를 팔았다. 양사의 판매대수는 7배 이상 차이 나지만 브랜드 가치는 비슷하다.

시가 총액으로는 이미 테슬라가 글로벌 자동차 공룡들을 압도한다. 연초 테슬라 시가총액은 8000억달러(895조원)을 넘어서며 도요타, 폭스바겐, GM, 포드, 스텔란티스(PSA와 FCA 합작 신설 법인)의 주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자동차 업계의 자존심이 무너진 ‘사건’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테슬라 주식 ‘거품론'을 제기한다. 그러면서도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에서 테슬라의 기술력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압도하며, 전용 충전기 ‘슈퍼차저'를 위시한 자체적인 전기차 생태계 구축 등이 높은 가치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그리는 미래 자동차 생태계에 주목한다.

벤츠 EQ, 폭스바겐 ID 등 ‘포스트 테슬라’ 노려
GM, 기업 로고까지 바꾸며 전동화 ‘올인' 선언

2021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친환경차 전문 브랜드' EQ’의 라인업을 확충한다. 고급 세단의 대명사 S클래스에 준하는 제품력을 갖춘 ‘EQS’를 필두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콤팩트 전기 SUV ‘EQA’ 등으로 판매 드라이브를 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전제 제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드는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 확대 및 개발에 115억달러(13조원) 이상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GM은 올해 CES에서 전기 플러그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기업로고를 공개한 데 이어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M 신규 기업 로고 / GM
GM 신규 기업 로고 / GM
전문가들은 국산 전기차가 성공하려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를 갖춰야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판매대수와 기술력만 내세워서는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제품 스펙이나 판매실적 등 외적요인만으로는 (국산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며 "다세대 주택 위주의 주거공간에 맞는 충전 인프라 구축, 이용자 편의를 고려한 통합 충전사업 운영,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질 개선 등 과제들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검증, ‘한국형 질적 관리'를 통해 한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