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리 삶을 바꿀 10대 기술] ⑨AI

입력 2021.02.01 06:00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언택트 산업이 단번에 시장 메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변화의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백신이 등장했지만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는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기업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IT조선은 올 한 해 우리 산업계 변화를 이끌 10대 기술을 찾아, 매주 월·목 2회씩 5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대는 이미 시작했다. 전 세계가 AI 인재 양성에 나섰고,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전폭적인 투자와 시대적 관심으로 어느 때보다 AI 기업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기존 기업들도 AI 접목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고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AI 서비스 고도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삶 속에 녹아든다. 2020년 초 AI 도입을 외쳤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1에서 냉장고, 청소기, 텔레비전 등에 AI를 접목한 생활 속 AI 서비스를 소개했다. 여기에 국내외 AI 기업은 작년부터 금융, 물류, 여행 등 도전적인 AI 서비스로 시장 확보에 나섰다.

AI 도입으로 초개인화 성큼

AI가 서비스로 나서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초개인화’다. 초개인화는 개인화를 뛰어넘는 수요자 중심의 방식이다. 개인화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특징이라면, 초개인화는 수요자가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단계다.

초개인화 서비스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은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와 세계 최대 규모의 음원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다. 두 기업은 AI를 도입해 수요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먼저 제공하는 데 성공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CES 2021에서 설명 중인 김진홍 LG전자 글로멀마케팅센터장(왼쪽)과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 / 각 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다수 기업이 사용자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인 배경도 AI에 있다. AI가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미리 알아채고 충족시킬 수 있다.

기업들의 서비스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데이터 덕이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서비스 초기 이용자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배우고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두 기업은 물론 기존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는 AI 시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의 삼성 AI 연구자상’을 작년 신설하고, LG그룹은 그룹사 차원의 AI연구소를 설립해 AI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통신사 역시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통신사의 데이터량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 등에 가입한 이동전화 회선 수는 2020년 9월 기준 7021만개에 이른다. 유선 전화 및 인터넷 가입자와 각 가입자의 다양한 데이터 종류까지 고려하면 ‘데이터 유전’이나 다름없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산학연이 손잡은 ‘AI 원팀’으로 AI 기술 확보에 나섰다. 서비스 적용 속도도 빠르다. AI 원팀은 연초부터 AI 신기술 4종을 소개하며 현장 적용 계획까지 밝혔다. KT와 카이스트가 함께 개발한 ‘딥러닝 음성합성 기술’은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에 학습 속도도 빠른 기술이다. 이 기술은 AI 컨택센터와 차세대 기가지니 스피커 등에 적용된다.

SK텔레콤(SKT)은 이미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20년부터 AI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신년사에서도 AI로 사업 혁신을 할 것이라 밝혔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는 다양한 AI 서비스로 무장 중이다. 기존 스피커 기능 외에도 상담,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을 추가했다. 2020년 11월 공개한 SK텔레콤 자체 생산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은 최적화된 AI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AI 생태계 구축 가속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AI 랩에서 개발한 기술을 서비스로 내놓는다.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친 국내 대표 AI 기업 솔트룩스와 알체라는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리턴제로의 비토, 아틀라스랩스의 스위치, 네이버의 클로바노트 등은 AI 음성 인식 시장을 개척한다. 각 기업은 실시간으로 휘발되기 쉬운 통화, 회의 등 음성 데이터를 데이터로 변환하고 저장·정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AI를 도입한 리걸테크와 에듀테크도 빠르게 발전한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금 분야에 AI를 도입해 세무 업무를 돕고 있으며, 로톡은 AI를 통해 형량을 예측하는 등 법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뤼이드(산토토익)과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밀당영어)는 AI로 수강생의 약점을 찾아 보강해주거나 강사의 업무를 돕는다.

AI 구독 서비스도 속속 등장한다.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업은 AI 챗봇, 음성·사물 인식 AI를 클라우드 등을 통해 제공한다. 솔트룩스는 멀티클라우드 기반의 3세대 AI 클라우드 서비스로 개인과 기업에 공략 중이고, 마인즈랩의 구독형 AI 플랫폼 '마음에이아이'는 이미 작년 유료 구독계정 1000개 이상을 확보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도 AI 생태계에 참여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분야는 데이터 가공이다. 이 분야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맞물려 경쟁이 치열하다. 슈퍼브에이아이, 에이모, 인피닉 등 다수 기업은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시장에 나섰다. 딥핑소스의 데이터 익명화 기술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조에 맞춰 눈길을 끈다. 딥핑소스는 학습용 데이터를 익명화해 개인정보 침해를 원천 차단한다.

2021년 AI 서비스 키워드는 '신뢰'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AI 챗봇 ‘이루다’. AI 윤리 불이행, 개인정보 침해 논란 속에 지난 12일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스캐터랩
AI 시장 전명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민적인 '신뢰' 문제다.

2020년은 AI 서비스 상용화가 주요 이슈였고, AI의 뛰어난 성능과 비대면 서비스 확산 덕에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21년은 AI 챗봇 ‘이루다’로 인해 촉박한 AI와 이용자 간 신뢰 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AI 챗봇 이루다는 뛰어난 챗봇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개인정보 침해 혐의 등으로 서비스 개시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결국 중단됐다. 개인정보를 침해했는지 여부와 관련한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흠집이 났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충실한 설명 등으로 이용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루다 사태처럼 카카오톡 정보를 동의없이 사용했다는 지적은 서비스의 근간부터 흔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용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AI 서비스는 그 특수성과 관계없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AI 서비스에 대해 대중이 거칠게 반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AI가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잡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2021년 AI의 성패는 서비스와 이용자·사회 간 신뢰 관계 회복에 달려있다 할 수 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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