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이 책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반대로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천냥, 심지어 수만냥이 넘는 빚을 지게 된다. 사람은 말을 주고받으며, 즉 소통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소통이 없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오해와 반목, 균열과 위기가 생긴다.

말과 주장,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 커뮤니케이션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냥 빚을 갚는 것에서 나아가 나와 우리, 기업과 나라에 다가오는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게 해 준다.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도 갖췄다.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 새녘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 새녘
기술과 사회가 발전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통로 또한 다양해졌다. 이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은 이전과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었다. 모두가 이를 위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수십년간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또 가르쳐 온 권호천 저자는 이 속에 기회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권호천 저자의 신간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에는 한국내외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여러 홍보 마케팅 성패 사례가 담겼다.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권호천 저자는 이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배울 점과 반면교사할 점을 명확히 나눠 제시한다.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을 쓴 권호천 저자를 만나 다섯개 질문을 던졌다.

Q1.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소통, 이 책의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개인과 조직, 국가 등 각 주체들이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불현듯 다가온다. 이 위기를 해결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중요하다. 이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위기를 극복할 수도, 도리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잘 세우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더 효과적으로, 능동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을 공유하려 쓴 책이다.

Q2. 책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성패 사례 가운데 저자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사례 및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숱한 사례 중 하나를 꼽으라면 미국의 존슨앤존슨 사례를 들겠다. 타이레놀 진통제 제작사로 유명하다. 1982년, 존슨앤존슨이 만든 타이레놀에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독극물 청산가리를 발랐고, 이 때문에 미국 시카고 시민 일곱명이 숨진다. 타이레놀 판매량은 90% 급감했고 시장점유율은 35%에서 5%로 폭락했다.

존슨앤존슨측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세가지 행동을 결정한다. 우선, 그 당시 시중에 출하된 타이레놀 전량을 회수, 폐기했다. 두번째로 정확한 정보를 언론에 전달, 소비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했다. 또한, 관련 정보를 모아서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공개했다. 후속 조치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정확히 이행하고 또 전달했다. 그 결과, 여론과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를 잡을 수 있었다.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투여 사건 대응은 세계 광고홍보 및 마케팅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위기관리 및 마케팅 콘퍼런스에서도 항상 최고 성공 사례로 가장 먼저 꼽힌다.

Q3.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수단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에 거의 비슷한 대답을 내놓는다. 앞으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도구 등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식상해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이 정답이라서 대답이 거의 비슷한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ICT 기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해야만 살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 말과 달리,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사는 오늘날이지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대개 한다. 그래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소통 수단이 각광 받는다. 우리가 이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각종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하나 있다. 기술 수용의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다. 경제력 불평등으로 인해 기술 수용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이 격차는 불편함에서 불평등, 나아가 불만으로 자라날 것이다. 이 불만이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한다. 이 기술 수용의 격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오랜 기간, 풀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Q4. 이 책에서 가장 자신있게 소개할 만한, 혹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챕터나 문장은?

-1부 4장 ‘위기 대응은 타이밍이 생명이다’를 꼽는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섯개 있다. 소통·봉쇄·정보·애도·책임감(Communication·Containment·Infomation·Sympathy·Responsibility)이다.

소통은 중요하다. 진실된 정보를 진정성과 함께 전달해야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봉쇄는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사전에 가둬야 한다는 의미다. 루머, 억측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위기 요소를 막는데 가장 좋은 것이 봉쇄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만들면 채널을 통해 배포해야 한다. 물론, 애도는 가장 먼저, 가장 우선시할 사항이다.

이어 위기에 내가 어느 정도나 관여됐는지, 위기 때문에 생긴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를 책임감과 함께 전달해야 한다.

소통과 봉쇄, 정보와 애도, 책임감은 소통 위기,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Q5. 개인, 조직, 국가의 위기 관리자에게 전할 부탁의 한마디는?

-두가지 조언을 건네고 싶다. 위기를 선도해라. 그리고 위기를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라.

위기를 관리하지 말고 선도하라는 것은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진정성을 보이라는 말이다. 위기의 주체는, 위기가 생겼을 때 어떤 행위와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때 행위와 행동의 핵심은 메시지를 전달해 상대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주체의 가치, 진정성을 명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번째, 위기를 준비하라는 것은 다른 말로,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라’는 말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으면, 힘을 써야 할 때 힘을 못 쓴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 대비해놓지 않았다면, 그저 혼란과 당혹에 빠질 뿐이다. 그러면 이성적 대처를 할 수 없다. 도리어 이상한 메시지를 던져 위기를 더 크게 만든다.

지난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사례, 다른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고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를 배워라. 교훈과 인사이트, 정보와 지혜를 얻어 내 것으로 변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애써 얻어낸 정보와 지혜가 다음 위기에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준비를 한 개인과 조직과 국가는 그렇지 않은 주체보다 위기에 더 체계적으로, 이성적으로 대응한다.

위기가 다가오기 이전에 미리 대응할 근육을 키워두라. 어떤 근육이 언제 어떻게 쓰일지는 모른다. 그러니 가능하면 다양한 근육을 키워라. 그러면 위기가 왔을 때 으레 느끼는 당혹과 당황을 최소화하고,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5Q 인터뷰]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 권호천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권호천은

권호천 GLOBAL ICT LAB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 뉴테크놀러지와 경제 전공으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뉴미디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광고&PR 등을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국회산하(사)국방안보포럼 ICT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조선’에 ‘권호천의 ICT 인사이트’ 칼럼을 운영하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가 이끌어갈 사회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 알기 쉽게 공유하고 있다. ICT가 접목된 미래 국방 무기체계의 변화와 관련한 ‘MODERN WARFARE’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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