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규모가 확장하는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애플을 필두로 한 미국 제조사는 건강 관리와 맞춤형 기능 등을 장착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영향력을 높인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가성비)의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벤치마킹해 서비스 사업 규모를 확대하지 않으면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민 인스팅트 e스포츠 에디션 / 가민
가민 인스팅트 e스포츠 에디션 / 가민
가민·샤오미, 연초부터 신제품 출시 경쟁

미국 웨어러블 기업 가민은 최근 게이머 전용 스마트워치 ‘인스팅트 e스포츠 에디션'을 출시했다. 인스팅트 e스포츠 에디션은 게임 중인 사용자의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스마트워치에서 측정·분석해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게임 종료 후 전용 앱을 확인하면 게임 중 사용자 몸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세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가민은 2021년 키즈 전용 스마트워치(핏 주니어 3)와 다이버 전용 스마트워치(디센트 Mk2 시리즈)도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사용자별로 필요한 맞춤 기능을 제공한다. 건강 관리 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그밖에 러닝, 사이클링, 골프, 아웃도어 등 상황에 맞는 맞춤형 건강 관리 제품 라인업도 보유했다.

중국 샤오미는 가격대비 성능(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샤오미는 최근 미 워치 시리즈 출시 국가를 확대한다. 한국에는 6일 제품을 출시했다. 미 워치 시리즈는 기본형인 미 워치와 보급형인 미 워치 라이트로 구분된다. 다양한 피트니스 기능을 지원하면서 심박수 및 수면 모니터링 등을 제공한다. 가격은 미 워치가 13만9800원, 미 워치 라이트가 6만9900원이다. 시중의 30만~50만원대 스마트워치 평균가보다 가격이 싼 제품이다.

6세대 애플워치 / 애플 홈페이지
6세대 애플워치 / 애플 홈페이지
혈당 모니터링에 스트레스 관리까지 선보이는 美 제조사

가민과 샤오미의 제품 전략 차이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웨어러블 제조사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1위 애플은 지금까지 1~6세대 애플워치를 선보으며, 2020년에는 보급형인 애플워치SE를 선보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운동 마니아로 소문이 났는데, 애플워치는 다양한 피트니스·건강 관리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이 하반기 선보일 7세대 애플워치에는 혈당 모니터링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내지 않아도 워치 뒷면에 있는 광학 센서로 혈당을 측정한다. 애플은 이같은 기능을 위해 관련 특허까지 확보했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구글이 1월 인수를 마친 미국 웨어러블 기업 핏빗은 2020년 핏빗 센스와 버사3, 인스파이어2 등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밴드 등 제품을 선보였다. 피부 습도의 미세한 전기 변화로 스트레스 요인에 따른 신체 반응을 확인하는 등 특화한 건강 관리 기능을 담았다. 피트니스 기능도 함께다.

오포워치 46밀리미터(㎜) / 오포 홈페이지
오포워치 46밀리미터(㎜) / 오포 홈페이지
10만원대 가성비 제품 쏟아내는 중국

중국 화웨이는 1월 신발에 착용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밴드를 선보였다. 출고가는 2만9000원으로 시중가 대비 저렴하다. 2020년 하반기에는 한 번 충전시 최대 14일 사용할 수 있는 화웨이 GT2 프로와 워치 핏 등 신제품을 선보였으며, 이들 제품 역시 가격이 싸다. 화웨이 워치 핏은 시중에 나온 30만~50만원대 제품과 유사한 성능을 갖췄지만 국내 출고가는 14만9600원으로 삼 분의 일 수준이다.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 등 중국 BBK그룹 계열사도 각각 가성비 높은 스마트워치를 내놨거나 출시 예정이다.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각각 자사의 첫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고가 제품군에서 지원하는 피트니스와 건강 관리 기능을 지원하면서 제품 가격은 싸다. 오포 제품은 30만원대(인도 기준 1만9990루피), 비보 가격은 22만원(중국 기준 1299위안)이다. 53만원이 넘는 6세대 애플워치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기즈모차이나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원플러스는 3월 두 종류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한다. 원형 모양과 애플워치를 닮은 직사각형 모양의 워치 제품이다. 예상 가격은 1만~1만5000루피(15만~23만원)로 오포 제품과 비슷하게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2019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왼쪽)과 2020년 3분기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그래프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19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왼쪽)과 2020년 3분기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그래프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美·中, 2021년에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펼친다

미국과 중국 제조사가 앞다퉈 각사의 강점을 담은 스마트워치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진 상황이다. 2020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하는 상황에도 스마트워치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1년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 예상 출하량은 2억대 규모로 전년 대비 19% 늘어난다.

웨어러블 업계는 스마트워치 시장 전망세가 밝은 만큼 올해도 경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선두를 차지하는 미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방어에 나선 사이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공격적인 사업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2020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애플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전년(26%)보다 점유율을 높여 28%를 차지했다. 핏빗(6%)과 가민(4%), 파슬(2%) 등의 점유율까지 합치면 총 40% 점유율을 미국 제조사가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화웨이는 15%의 점유율을 차지해 2위를 기록했다. BBK그룹(7%)과 어메이즈핏 시리즈 선보이는 화미(5%) 등을 포함하면 중국이 차지하는 총 점유율은 27%다. 2020년 2분기 기준 총 22%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기 만에 점유율이 5%포인트 올랐다. 반면 미국은 2020년 2분기 총 39%의 점유율을 보여 그해 3분기 1%포인트 성장에 그쳤다. 중국 제조사 활약이 두드러진 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워치3 /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워치3 / 삼성전자
삼성, 피봇팅으로 좁아지는 입지 확대 노려야

삼성전자는 치열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분전 중이다. 2020년 2분기 8%의 점유율로 업계 4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3분기에는 점유율이 10%로 올라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20년 상반기 프리미엄 부문에서 애플에 밀리며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며 "3분기에는 갤럭시워치3를 출시하며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사업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로는 미국 제조사들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고, 밑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이 앞다퉈 점유율을 높인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경영대학원)는 "애플이 하드웨어 중심의 회사로 있다가 팀 쿡 CEO 체제 이후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매출 성과를 얻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애플을 벤치마킹해 비즈니스 모델에서 피봇팅(사업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 제조만 몰두하기보다는 고객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에서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직문화나 내부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건강 관리와 피트니스 기능에 주력한 갤럭시워치4(가칭) 등 3종의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갤럭시워치4에 혈당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