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가격이 7일 기준 사상 처음으로 1700달러(190만원)를 돌파하고 비트코인도 4만578달러(4558만원)선으로 올라섰다. 채굴의 핵심 장비인 그래픽카드 가격까지 덩달아 천정부지로 뛴다.

중국에서는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30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까지 싹쓸이해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위해 중고거래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암호화폐 고가 행진으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이더리움 채굴에 나서는 모습 / 북미 하드웨어 전문매체 비디오카드
중국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이더리움 채굴에 나서는 모습 / 북미 하드웨어 전문매체 비디오카드
북미 하드웨어 전문매체 비디오카드(Videocardz)는 중국이 RTX 3070 등 최신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노트북을 대량 구매해 선반에 쌓아놓고 이더리움을 채굴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RTX 3070을 탑재한 노트북은 고가이지만,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얻는 수익이 최신 노트북 가격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디오카드에 따르면 중국의 일부 채굴자들은 그래픽카드를 대량 구매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파트너사 공장에 대기하면서 물량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파트너사들에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소비자들부터 우선 공급해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RTX30 시리즈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너무 비싸서 컴퓨터를 조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과 그래픽카드 판매 사칭 글에 속아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불량거래 후기란에는 중고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구매자들의 글을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그래픽카드를 거래하려다가 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모집하는 글도 게재됐다.

중고나라에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들 / 중고나라
중고나라에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들 / 중고나라
당근마켓 이용자도 구매한 그래픽카드가 불량이어서 환불을 요구했으나, 상대가 수신거부로 전환하고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호소글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는 데 있다. 연이은 반도체 수급난이 PC까지 번지고 있고 암호화폐 가격이 여전히 폭등하고 있으며, 신학기 수요까지 겹친 시장 상황이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을 지속하게 할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PC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야 상황이 진정될 텐데 오히려 오르고 있어 그래픽카드 품귀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오른 그래픽카드 가격에 지난해 출시된 노트북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