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400만명이 사용하는 중고상품 거래앱 ‘당근마켓'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지만, 시장을 양분한 야후옥션과 메르카리와 펼칠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 한국처럼 중고거래를 내세울 경우 참패를 면치 못할 상황이다.

당근마켓 측은 중고거래가 아닌 ‘동네생활 커뮤니티'를 특화시켜 이용자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낮은 인지도 문제를 새로운 가치의 커뮤니티로 돌파한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캐릭터. / 당근마켓
당근마켓 캐릭터. / 당근마켓
일본에서 중고거래하면 ‘야후옥션'과 ‘메르카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현지인들 사이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메르카리의 등장으로 한창 경쟁을 펼치던 2015년을 기준으로 양사의 상품거래액 규모를 살펴보면 야후옥션이 전년 대비 5.9% 증가한 8667억엔(9조2286억원), 메르카리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200억엔(1조2777억원)이다.

2019년 데이터를 살펴보면 야후옥션 거래총액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8212억엔(8조7441억원), 메르카리는 전년 대비 30.1% 성장한 5434억엔(5조7861억원)을 기록했다. 야후옥션의 성장은 주춤한 대신 메르카리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고, 이를 통해 현지 전체 중고거래 시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현지 중고시장 규모는 자동차 거래를 제외하고 2020년 기준 2조5000억엔(26조원)으로 추정된다. 야후옥션과 메르카리가 현지 중고거래의 절반쯤을 차지한 셈이다.

야후옥션, 메르카리 앱 아이콘. / 야후재팬
야후옥션, 메르카리 앱 아이콘. / 야후재팬
현지 중고거래 터줏대감인 야후옥션을 상대로 신생업체 메르카리가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 중고거래가 아닌 개인 창작자가 만든 액세서리 등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리마켓 창구를 마련했고, 여성 중심의 패션상품 거래장으로 인지도를 넓혔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메르카리 이용자의 상당수가 ‘10~30대 여성'이다. 거래되는 물품도 패션상품과 액세서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만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9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야후옥션의 경우 앱 이용자 비율이 55%에 불과하다.

요약하면 야후옥션은 중년 남성들을 중심으로 고가의 컬렉션 상품이 주로 거래되고, 메르카리의 경우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패션·액세서리를 거래하는 장소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셈이다.

9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근마켓이 일본에 진출해도 중고장터로서 야후옥션과 메르카리와의 경쟁을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며 "지역 커뮤니티 기능이 유일한 차별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평가했다.

당근마켓 역시 중고거래가 주요 서비스가 아니라고 말한다. 당근마켓 측은 당근마켓의 핵심 서비스가 동네생활 커뮤니티지 중고거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에 대한 평가 지표로 거래액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동네 벼룩시장을 온라인 서비스로 옮겨와 참여율을 높이고, 같은 동네 이웃들과의 연결, 나아가 지역사회와 주민간 활발한 소통에 크고 작은 역할을 하며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동네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이는 단순 중고거래에 포커싱한 기존 글로벌 서비스, 시장과는 차별화되는 당근마켓만의 독보적인 방향성이자 핵심 경쟁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일본 진출은 2월중 진행된다. 진출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현지화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모양새다. 회사는 일본에 진출한 뒤 테스트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지 시장 확대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당근마켓이 중고상품 거래가 아닌 동네생활 커뮤니티로서 일본에 진출하는 것이라면 경쟁자는 일본 메신저 시장을 점령한 ‘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초고령화사회 일본이 직면한 ‘고령층 쇼핑난민’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쇼핑 사각지대에 놓인 노년층을 풀어가야 할 사회적 이슈라고 평가한다. 현지에서는 이동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통한 빠른 배송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당근마켓은 9일 GS리테일과 손잡고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마감 상품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선식품과 도시락 등 상품이 폐기처분되기 전에 필요한 주민들에게 싼값에 팔겠다는 것이 골자다. 자원낭비도 막고 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일본 현지 편의점 업계 역시 식품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GS리테일 협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일본에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