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고객(VVIP)을 겨냥해 ‘억대급’ TV 신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LG전자는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화면을 말았다 펼치는 65인치 롤러블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출시했지만, 고객 반응이 시원찮다. 반면 3월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초대형 화면에 대한 고객 수요가 확대되는 것에 기대가 크다.

양사의 두 제품은 크기와 형태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억대(억원대) 가격의 TV 시장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함께 주목 받는다. 각 제품의 판매 성적에 따라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힘을 실을 수 있어서다.

LG전자 모델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R(모델명 OLED65RX)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모델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R(모델명 OLED65RX)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는 2020년 10월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출하가격은 1억원이다. LG전자는 이 제품이 OLED TV 라인업의 주인공 역을 맡길 바랐지만, 출시 3개월이 지난 최근까지 10대 조차 판매되지 않았다. 사실상 비싼 몸값의 ‘까메오(단역)’에 그친 분위기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VVIP 고객 공략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은 크기다. 65인치(대각선 길이 약 163㎝) 단일 규격으로 출시돼 ‘거거익선(화면이 클수록 좋다)’ TV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VVIP 고객 대부분이 70인치대 이상 크기 TV를 보유했다고 가정할 경우, 롤러블 기능을 이유로 굳이 더 작은 TV를 구매하기엔 메리트가 떨어진다"며 "최근 프리미엄TV 대형화 트렌드를 감안하면 결국 65인치 크기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기대 이하 판매 실적을 보이자 LG전자가 롤러블 TV 대중화 의지를 접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로선 LG전자가 더 큰 사이즈의 롤러블 TV를 추가 출시할 가능성은 낮다. 65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처음이자 마지막 롤러블 TV로 남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신제품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신제품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10일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110인치 신제품을 공개했다. 출고가는 1억7000만원이다. 예약 판매 형태로 시판 중이고, 본 출시는 3월이다.

판매 목표는 연간 수백대 생산에 그친 ‘더 월’의 기업간 거래(B2B) 제품 보다 많은 100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1년 마이크로 LED TV 출하량을 1000대쯤으로 전망한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가 초대형 TV를 원하는 고객 요구에 부합해 기대 이상의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QLED 상위에 미니LED를, 그 위에 마이크로 LED를 놓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마이크로 LED TV를 조연이 아닌 주연급 제품으로 선정한 셈이다. 추후 대량생산 체제 구축과 수율 향상을 통한 가격 인하로 대중화에 나설 예정이다. 향후에는 110인치뿐 아니라 70~100인치 제품도 양산해 소비자의 진입장벽도 낮춘다.

최용훈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 "더 월 146인치는 B2B가 타깃이었는데 B2C로 나온 110인치는 충분한 양산 공정기술을 확보했다"며 "2021년 3월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B2B 보다 훨씬 의미있는 수량을 판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