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웃은 배터리 분쟁, SK 희망은 바이든 거부권

입력 2021.02.11 08:56 | 수정 2021.02.11 09:03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ITC가 SK의 배터리에 10년 간 미국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SK는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 팩 및 구성 요소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LG는 ITC로부터 SK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받아 향후 합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SK는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허용하는 유예 조치를 받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왼쪽)·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각사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SK 美 사업 좌초 위기 탈피 가능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에서 SK에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제한적인 배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포드 전기차 생산용 배터리와 부품을 4년간 수입하도록 허용하고,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에 대한 부품 공급을 위해 2년간 수입을 유예했다.

배터리 업계의 시선은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한다. 미 대통령이 ITC의 최종 결정을 거부하면 SK는 유예기간과 상관없이 미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서 장기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미 대통령은 수입금지 조치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ITC가 1916년 설립된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6건에 불과하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 건은 거부권 행사 사례가 한 건도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더라도 ITC가 인정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은 유지된다. SK에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부담을 져야하는 부담이 남았다. LG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도 승소하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결정된 제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 조 바이든 페이스북
LG, 협상서 ‘갑’ 위치…‘을’ SK, 합의로 피해 최소화 방안 찾을 듯

SK는 결국 합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 유력하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즉시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 SK가 주장한 수천억원대 배상금 보다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가 SK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000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반면, SK가 제시한 금액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LG는 ITC 판결 승소를 계기로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ITC의 결정에 대해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해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배터리와 미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다"라며 "나아가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합의)을 찾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LG는 ITC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TC 결정은 SK가 그동안 LG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LG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30여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는 SK에 최종결정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안을 제시하라고 제안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SK 측이 이제라도 계속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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